빗썸 사고에 감독 보폭 넓히는 금융당국…코인거래소도 '금융 인프라'로?
입력 26.02.10 16:21
빗썸 사고,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 전환점 되나
'금융 인프라' 프레임 꺼낸 금융위
금융위-공정위, 거래소 두고 엇갈린 칼자루
대주주 지분 매각 가능성…거래소 지배구조 변수로
  • 빗썸에서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에 대한 감독·규제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별 사고를 넘어, 금융당국이 코인거래소에 대한 통제권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디지털자산업은 금융업인지, IT·플랫폼 산업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성격이 모호한 상태로 특금법 등 최소한의 규제 체계 하에 제도권 편입 절차가 진행돼 왔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규율할지를 두고 관계 부처 내에서도 시각차가 팽팽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최근 빗썸 사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가상자산2단계법을 추진하며 거래소에 대해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거래소를 사실상 '금융 인프라'로 간주하는 규제 프레임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업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그간 논쟁이 이어져 온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제한·지배구조 규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사고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부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거래소 전반의 지배구조 문제까지 함께 들여다보려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2단계 법안)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가 공공 인프라 성격을 갖춘다면 그 위상에 맞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나오면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바뀌어 거래소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이에 맞는 지배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사실상 '금융'의 규제 안에 가두려 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부처 간 명확한 역할 분담 없이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은행권 수준의 대주주 규제를 강행할 경우 산업의 정체성 혼란과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소의 법적 성격을 혁신 IT·플랫폼으로 볼지, 엄격한 금융업으로 분류할지를 두고 신중한 입장이다. 거래소의 성격 규정에 따라 독과점 규제나 플랫폼 갑질 감시 등 공정위 본연의 감독 권한 범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제연구원을 통해 시장 지배력과 산업 특성을 정밀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 입장에선 거래소를 '거대 IT 플랫폼' 기반의 대기업 집단으로 규정해야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행위를 명분으로 칼자루를 쥘 수 있지만, 금융으로 확정될 경우 통제 권한이 금융당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성격 논의가 단순한 사고 대응을 넘어 부처 간의 규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셈이다.

    부처 간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거래소를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 선상에서 규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거세다. 개별 사고에 대한 대응과 산업 전반의 구조적 규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결국 금융'이라는 논리만 고수하며 거래소를 금융 규제 틀 안에 가두는 데만 몰두한다면, 공정위 논리와 충돌해 규제 및 관리 권한이 모호해지는 혼란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현실화될 경우 주요 거래소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도 당장 해결해야 할 급박한 현안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최대주주 송치형 의장 25.52%)를 비롯해 빗썸(빗썸홀딩스 73.56%), 코인원(차명훈 대표 53.44%), 코빗(NXC 60.5%), 고팍스(바이낸스 67.45%) 등 5대 거래소 모두 대주주가 지분 상당량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지분 제한은 두나무와 코빗 인수를 추진하는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와 미래에셋의 행보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을 대량 확보하려던 기존 계획은 대주주 요건 강화 시 구조적 재설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빗 인수를 계획 중인 미래에셋 역시 투자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결국 관건은 사고 대응과 산업 규제를 어디까지 분리해 접근하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는 사고대로, 지배구조 논의는 별도로 투트랙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부처 간 권한 충돌과 규제 혼선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