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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시대'와 함께 증권사의 위상이 이전보다 한껏 성장했다. 자본시장의 물줄기 역시 은행에서 증권으로 본격적인 이동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증시 호조에 더해, 발행어음과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등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 특화 상품이 등장하며 자금 이동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증권사 간 '확장 전략'에도 미묘한 차별성이 나타나도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각각 자사가 강점을 지닌 핵심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증시 하방 지지하는 ‘연금의 힘’… 미래·삼성의 철옹성 전략
강세장의 숨은 공신으로는 퇴직연금이 꼽힌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중심이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 증시 유입의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운용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바뀌며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직접 매입하려는 수요가 급증했고, 이것이 시장의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이 거대 유동성을 자사 플랫폼에 얼마나 오래 묶어두느냐, 즉 ‘장기화와 락인(Lock-in)’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시장에 발을 들인 유동성을 자사로 끌어들여 충성 고객화하는 방향성을 택했다. 대규모 조달을 통한 외형 확장 경쟁보다는 유입된 자본의 체류 시간을 늘려 질적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략의 중심에는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한 퇴직연금이 자리 잡고 있다.
미래에셋은 연금을 강력한 캐시카우로 삼아 수익률 유지에 사활을 거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셋 3.0’ 시대를 설계 중이다. 1년 뒤 본격화될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과 글로벌 MTS 출시를 통한 리테일 영토 확장이 핵심이다. 미래에셋증권이 IMA 시장 진출에 있어 경쟁사보다 신중한 행보를 유지하는 배경도 이 같은 맥락과 맞닿아 있다.
미래에셋증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연금과 WM 부문이 견고한 기초 체력 역할을 해주며 시장에서도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고 있다”며 “기존 강점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롭게 열릴 디지털 금융 시장에 대한 준비를 내실 있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연금 자산 증대와 고액자산가 시장 점유율 유지 및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현재 연금 시장에서 업계 2위까지 올라서며 파이를 늘리고 있는 만큼, 이를 내실 있게 관리해야 할 장기 과제로 보고 있다.
스스로 자산을 운용하고자 하는 스마트 투자자들을 위한 시스템 안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시니어 특화 브랜드 ‘삼성증권 헤리티지’를 통해 상속·증여 이슈에 대응하는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WM 기반의 IB 연계 영업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근 리테일 인력 이동에 따른 경쟁 구도의 변화는 삼성증권이 예의주시하는 변수다. 삼성증권 WM 성장에 기여했던 이재경 부사장이 NH투자증권 리테일 총괄로 자리를 옮긴 이후 실무 인력 일부의 이동이 뒤따르면서, 시장에서는 두 회사 간 리테일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범농협 네트워크를 보유한 NH투자증권이 리테일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삼성 내부에서도 인력 유출 방지와 고객 수성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 부사장을 필두로 한 인력 이탈에 삼성 내부가 상당히 예민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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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 다 가져온다”… IMA 두고 한투·NH vs 미래의 온도 차
한국투자증권은 IMA 사업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은 낮더라도 은행 자금을 증권시장으로 끌어와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히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단 두 달 만에 1조8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11%는 신규 거래 고객 자금이었고, 56.8%는 타 금융사에서 유입된 신규 자금으로 집계되는 등 고객 저변 확대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IB와 발행어음을 연계해 타 증권사와는 다소 다른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IB에서 인수금융 등 상품을 소싱해오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18조원 규모의 자금을 빠르게 집행해 딜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방향이다.
NH투자증권 역시 강력한 도전장을 준비 중이다. 범농협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 각지의 유휴 자금을 흡수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된 ‘중기·중수익’ 형태의 IMA 상품군을 중장기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의 IMA 현장 실사 단계에 진입해 있다. 통상 인가 절차가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인가를 위한 ‘7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IMA 1호로 1000억원을 모집한 데 이어 이달 중 2000억원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수조 원대를 노리는 경쟁사들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글로벌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기자본(PI) 투자는 적극적으로 단행하는 반면, 고객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IMA 사업에는 보수적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IMA가 단기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은행권에 묶인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IB 부문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상징성 때문에 각 증권사가 서로 다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테일의 재부상, ‘은행 대신 증권’ 역할 확대
그간 지점 축소 등으로 리테일 비중을 낮춰온 증권사들로서는, 밀려드는 개인 투자자 자금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영업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당면 과제로 꼽힌다. 유동성이 증시로 집중되는 시점인 만큼, 이를 흡수할 채널 전략이 올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4대 증권사는 서로 다른 리더십 아래 각자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공격적인 조달로 외형 확대에 나선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그리고 연금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다지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전략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이 같은 경쟁은 단순한 점유율 싸움을 넘어, 증권사가 은행의 예금 기능 일부를 흡수하며 역할을 넓혀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과거 증권사 경쟁이 수수료 인하나 거래량 확대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은행에 머물던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와 운용하는 역할을 두고 경쟁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MA든 연금이든 결국 자산 이동 구조를 시스템적으로 안착시킨 증권사가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랠리·고금리 상품… 은행 예금 증권가로 ‘대이동’
한투·NH, IMA로 은행 자금 탈환… NH 인가 7부 능선 돌파
미래·삼성, 연금·자산관리 중심 수성… 유입 자본 ‘락인’ 총력
핵심 인력 이동에 긴장 고조도… 업계 패권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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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