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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석유화학과 배터리 셀·소재 등 주력사업이 모두 부진해 그룹 내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단기간 내 해결책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주주들의 기업가치 제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영국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다음 달 정기주총을 앞두고 LG화학에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작년 10월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권고안을 제시한 지 4개월 만이다.
팰리서가 내놓은 주주제안은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및 이에 딸린 권고적 주주제안 3가지 ▲선임독립이사 선임을 위한 정관 개정 등 두 가지다.
팰리서는 권고적 주주제안이 도입된다는 전제로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분기별로 공시할 것 ▲주식연계보상을 신설하고 핵심성과지표(KPI)에 자본 효율성 지표를 도입할 것 ▲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70% 미만으로 추가 축소하고 매각대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이후 제기된 주주 불만에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유동화하는 기조를 세워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된다. 작년 수처리·에스테틱 사업부 등 자산을 매각해 적지 않은 현금을 확보했다.
실제로 LG화학은 향후 5년간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유동화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현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79.4% 보유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9.4%로 시장가치로는 약 9조원이다. 확보한 재원은 재무건전성과 주주환원에 배분해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팰리서는 LG화학의 자회사 매각 계획이 늦었으며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5년간 지분율 70%까지 축소 계획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 평가했다. 주주환원 수단으로 더 효과적인 자사주 매입 대신 배당을 선택한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팰리서는 "LG화학이 상당한 규모로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가치가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회사 전체의 시장가치를 3.3배 이상 상회한다"며 "주주들로서는 회사가 이를 시정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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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주주환원 정책은 전략적 선택보다 대응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다.
배터리 사업은 전방 고객사의 판매 전략이 틀어지면서 수주 계약들이 조정되기 시작했고, 석유화학 구조조정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사업 부진과 재무 부담이 이어진 상황에서 주가 하락에 주주 불만도 장기간 누적된 만큼 그동안 소통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를 분할해 상장할 때부터 국내외 기관은 자회사 중복상장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양사 모두 주가는 지지부진하며, LG화학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을 활용하는 등 현금을 쌓았지만 본업 회복이 급선무라 주주환원에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추후 팰리서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제출한 주주제안서는 올해가 아닌 내년 정기주총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2차 상법 개정안이 작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된다. 아울러 올해 7월 시행 예정인 '3%룰'로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받는다.
즉, LG화학은 내년 정기주총부터 집중투표제와 3%룰이 동시에 적용돼 소수주주의 의결권 영향력이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기업가치 제고 압박뿐 아니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을 압박할 수 있는 여건까지 마련됐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화학 내부에서도 팰리서가 주주제안 요건인 '6개월 전부터 지분 0.5% 이상을 보유' 조건을 충족한 만큼,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제안에 나설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최근 팰리서는 LG화학 보유 지분을 일부 줄였지만 압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취재노트
팰리서, 정기주총 전 주주제안 제출
"LG엔솔 추가 매각 후 자사주 매입"
LG화학, 석화·배터리 회복이 급선무
내년은 집중투표제·3%룰에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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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집중투표제·3%룰에 부담 커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11일 15:5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