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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PBR 1배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KB금융이 최근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했고, 신한·하나·우리금융 역시 0.8배 안팎까지 올라서며 1배를 코앞에 두고 있다.
불과 2022년까지만 해도 KB금융의 PBR은 0.3배 수준에 머물렀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 규제 리스크가 겹치며 금융지주 주가는 구조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2023년 초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밸류업 로드맵을 제시하고 CET1비율을 기준으로 한 주주환원 정책을 명확히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와 배당 확대 계획이 구체화되자 금융지주에 적용되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도 점차 축소됐다.
금융지주들도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KB금융은 52.4%, 신한금융은 50.2%의 주주환원율을 기록하며 50%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하나금융은 46.8%, 우리금융은 36.6%의 주주환원율을 보였으며, 우리금융은 비과세 배당 효과를 반영하면 약 39.8%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주가 상승에는 정책 모멘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금융지주들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 충족을 위한 배당 확대, 감액배당(비과세 배당) 검토,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주주환원 카드를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비과세 배당 등 나올 수 있는 '정책 호재'가 이미 시장에 다 노출됐다는 점에서 향후 큰 폭의 상승 모멘텀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밸류업 기조와 맞물려 '정책 수혜주' 성격이 부각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익 측면에서도 뚜렷한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주요 계열사인 은행은 순이익 정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해 생산적 금융 경쟁으로 '제 살 깎아먹기'식 기업대출 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고, 머니무브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은 은행권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 및 대손비용 완화 등의 기대감이 나오지만, 큰 폭의 증익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단 예상이 나온다.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로 3차 상법 개정안이 거론되지만, 금융지주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금융지주들은 통상 자사주를 매입한 뒤 1년 이내 소각하는 관행을 유지해 왔고, 보유 자사주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결국 '주주환원율'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율을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에 따라 'PBR 1배'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주주환원율 50%를 조기 달성한 금융지주들은 최근 2025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율에 상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모멘텀이 실종된 상황에서 주주환원율만 끌어올리는 방식이 주주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주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을 강조한다. 최근 증시 상승으로 코스피 평균 PBR이 크게 올라선 반면, 은행주의 평균 PBR은 여전히 0.7배 안팎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 저평가 구간이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불안한 구간인데, 은행주는 최대 이익에 배당도 더 많이 주고 시장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도 싸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이슈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의 2연임·3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영진 입장에서도 주주 지지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지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특히 KB금융은 오는 11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주가 부양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지주들로서도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유지해야 할 유인이 이전보다 커진 상황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NIM이 예상보다 견조할 수는 있지만 큰 폭의 증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작년과 달리 정책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얼마나 정교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PBR 1배' 시대 안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KB금융, PBR 1배 진입…다른 지주들도 '코앞'
정책 모멘텀 소진에 큰 폭 이익 개선 기대도 어려워
'상단 없는 주주환원' 실효성 시험대 될 듯
정책 모멘텀 소진에 큰 폭 이익 개선 기대도 어려워
'상단 없는 주주환원' 실효성 시험대 될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19일 14:5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