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하우스의 이지스운용 인수 실사 마무리 국면…변수는 흥국생명
입력 26.02.20 07:00
거래 조건 정리…SPA 체결 전 막바지 조율
1조1000억원 베팅, 힐하우스 인수 의지 확인
삼티AMC 인수 주체…자회사 선별 편입 방침
흥국 고소·인가 심사 맞물려 최종 시계 변수
  •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캐피탈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작업이 계약 체결 직전 단계에 들어섰다. 정밀 실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고, 주식매매계약(SPA) 문안 조율도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 외형과 조건은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종결 시점은 '변수 관리'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와 기존 주주 측은 최근 재무·법무 실사 대부분을 마쳤다. 기업가치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달 초 종료 예정이던 실사는 자회사 편입 범위와 일부 계약 조건을 둘러싼 세부 협의로 약 2주가량 연장됐으나, 핵심 쟁점은 대부분 정리됐다.

    현재 힐하우스 측은 주요 점검 항목을 확인한 뒤 SPA 세부 조항을 조율하고 있다. 매도자와 인수자 간 큰 틀의 조건은 이미 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별한 돌발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계약 체결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이달 들어 힐하우스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매도자 측과 직접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지스자산운용 주요 임원진과도 개별 면담을 갖고 인수 이후 조직 운영 방향과 경영 구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단순 실사 점검을 넘어, 인수 이후 통합 작업을 염두에 둔 사전 조율 성격의 논의가 병행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거래에서 힐하우스가 제시한 인수 가격은 약 1조1000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가치 기준으로,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 1위 사업자의 위상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체투자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국내외 부동산 자산을 폭넓게 운용해 왔다. 최근 시장 조정 국면 속에서도 운용 자산 규모와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 밸류에이션 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 구조는 힐하우스가 지배력을 확보한 일본 부동산 운용사 삼티AMC(Samty AMC)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삼티AMC를 인수 주체로 세워 거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구조는 사전에 금융당국과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계 자본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중대한 법적 결격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사 과정에서 막판까지 조율이 이어진 부분은 자회사 편입 범위다. 이지스자산운용 산하에는 이지스엑스자산운용, 이지스투자파트너스, 이지스아시아(IGIS Asia) 등 국내외 자회사가 포진해 있다. 힐하우스는 운용 본체 인수에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부분의 자회사에 대해서는 선별 편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익성, 리스크 노출도, 향후 시너지 등을 기준으로 범위를 조정하는 작업이 실사 후반부까지 이어졌으며, 최종 구조는 SPA에 반영될 예정이다.

    거래 조건이 정리되는 가운데 남은 핵심 변수는 흥국생명의 고소 건이다. 흥국생명은 우협 선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최대주주와 주관사 측을 고소한 상태다. 금융회사의 대주주 변경은 금융당국 인가 대상이어서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일 경우 심사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고려될 수 있다.

    앞서 당국은 이지스자산운용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고소 유지 여부와 수사 진행 상황이 인가 신청 접수 시점과 심사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는 고소 제기 사실 자체보다 향후 대응 수위와 지속 여부가 더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에는 고소 취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분쟁이 완화되거나 취하로 이어질 경우 인가 절차 착수에 대한 부담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고소가 유지되더라도 수사 진행이 제한적일 경우 심사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시간표 측면에서도 변수는 남아 있다. 주요 주주들이 거래 집행을 위해 위임해 둔 POA(대리권 위임)의 유효 시한은 작년까지로 이미 만료됐다. POA는 매각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장치지만 통상 일정 기간 이후 갱신 여부를 판단한다. 연내 SPA 체결과 계약금 지급 일정이 지연될 경우, POA 재정비 과정에서 주주 간 이해를 다시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국면은 거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절차와 분쟁 변수의 관리 단계에 가깝다. 인가 신청 시점과 흥국생명 고소 건의 향방이 맞물리면서 당국의 입장에 따라 거래 종결 시점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고소 진행과 관련해 어느 정도 강도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가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며 "거래 구조나 가격 문제보다는 외부 변수 관리가 마지막 관문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