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유지냐 청산이냐…법원 판단만 남은 홈플러스, 건물주들 ‘연쇄 EOD’ 우려
입력 2026.03.03 10:52

3월 4일 회생 연장 여부 결정 ‘운명의 날’

운용사·리츠·대주단 자금 흐름 시험대

청산 시 대출 상환 차질…연쇄 EOD 가능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 1년을 맞아 존폐의 기로에 섰다. 오는 3월 4일은 서울회생법원이 기업회생절차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법정관리 시한이다. 

    홈플러스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임대인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청산으로 결정이 나게 되면 영업 종료와 함께 대출 상환 등이 어려워져 동시다발적인 EOD(기한이익상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둔 부동산운용사·신탁사·건설사들이 서울회생법원의 홈플러스 회생계획 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주체는 사모부동산펀드, 공모리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으로 다양하다. 상당수가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을 매입한 구조여서, 현금흐름 훼손 시 곧바로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공통된 부담이다.

    이에 대주단도 오는 3월 4일 법원의 판단을 긴장하며 기다리는 분위기다. 대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경우, 상황 추이를 보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혹여라도 회생계획안이 폐지되고 청산의 기로에 서게 되면 펀드 만기 연장이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홈플러스 임대인 측 관계자는 "대출 만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추이 보면서 대출 금융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며 "법원의 판단이 나오고서야 후속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현재 홈플러스 임대인들은 하반기부터 줄줄이 대출 만기 시점을 맞이한다. KB부동산신탁은 홈플러스 사당점을 기초자산으로 한 'KB사당리테일위탁관리리츠'를 운용 중인데, 11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가 오는 6월 도래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KORIF사모부동산투자신탁13호를 통해 영등포점, 금천점,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4개 점포를 운용 중이며, 850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오는 8월로 예정되어 있다. 이어 9월에는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전주효자점)의 만기가 돌아오고, 10월에는 유경PSG운용이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를 통해 운용 중인 울산점, 구미광평점, 시화점 등의 대출금 2000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일부 임대인의 경우 주요 임차인인 홈플러스에 대해 파산 결정이 내려지면 그 즉시 EOD가 발생하는 구조로 파악된다. 유경PSG자산운용의 경우 지난 21일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했으나, 홈플러스에 대해 파산 선고 또는 파산 결정이 내려질 경우를 EOD 사유로 명시하는 조항을 새로 추가했다. 이번 대출 6개월 만기 연장 과정에서 후순위 금리는 연 4.7%에서 8.4%로 크게 오르며 금융 비용 부담도 가중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해 사실상 청산 결정을 내릴 경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홈플러스 점포들이 일제히 영업을 종료하면 대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데, 대형마트 사업자가 한정적인 데다 이미 인근에 경쟁 점포가 포진해 있어 공실 해소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개발을 목적으로 점포를 매입한 건설사들은 임대료 수익 중단 시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 다만 자본력을 갖춘 데다 향후 분양 수익으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계산이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반면 자산운용사나 신탁사, 리츠 등은 자본력이 부족해 연쇄 EOD 및 공매로 직행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일부 홈플러스 점포가 영업을 중단하거나 임대료를 미납하면서 운용사 단계의 EOD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동탄 타임테라스는 홈플러스 영업 종료 이후 주요 임차인을 찾지 못해 EOD가 확정적인 상황이다. 지난 2019년 인수 당시 조달한 1700억 원 규모의 담보대출 만기가 당장 28일 도래했지만, 전체 수익의 30%를 차지하던 홈플러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만기 연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KORIF사모부동산투자신탁19호를 통해 경남 진주, 포항 죽도, 경남 삼천포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점포들은 홈플러스의 폐점 계획에 따라 임대차 계약이 오는 2027~2028년경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수익자와 대주단을 위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의 중대 분수령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건 채권단과 노동조합뿐이 아니다"라며 "홈플러스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부동산 펀드들과 리츠의 탈출구가 묘연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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