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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재편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이하 잠실MICE)이 사업 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서울시와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내부에서는 실제 착공 시점을 사실상 내년으로 보고 있다. 야구장 스펙 변경이 설계와 사업비, 그리고 금융 구조까지 연쇄적으로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잠실MICE는 부지 약 35만㎡에 전시·컨벤션 시설(약 11만㎡), 3만석 안팎의 야구장, 스포츠 콤플렉스, 900실 규모 호텔, 문화·상업시설 등 리테일(연면적 12만㎡), 오피스(연면적 18만㎡) 등을 결합하는 대형 복합개발 사업이다. 사업 방식은 수익형 민간투자(BTO)로, 민간이 시설을 건설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40년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사업 주간사는 한화그룹이고 컨소시엄에는 HDC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전체 지분 중 약 40%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PF 조달 과정에서 약 5000억원 규모의 에퀴티를 투입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한화 건설부문을 비롯해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등 주요 한화 계열사가 참여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은 당초 계획과는 다른 궤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초기 구상과 현재 거론되는 사업 규모 사이의 간극이 적지 않다. 사업 초기 컨소시엄이 구상한 총 사업비는 약 2조1000억원이었는데 물가 상승분 반영과 설계 변경, 인프라 확대가 맞물리면서 사업비는 2조원 중후반대로 조정됐다.
문제는 사업이 지속 지연되면서 최근에는 4조원이 넘는 규모까지 올라선 것이다. 필수 인프라 예산만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역시 추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처음 산정했던 전제와 지금의 전제가 다르다"며 "인프라와 구조가 달라지면서 숫자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사업비 구조를 흔든 결정적 변수는 야구장 스펙이다. 당초 한화 컨소시엄의 구상은 한강변 오픈형 2만5000석 규모였다. 이후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등 프로야구단 측에서 2만석 돔구장을 요청했고, 협상 과정에서 최대 3만석 규모의 돔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논의됐다. 프로야구의 인기를 고려해 서울시가 좌석 확대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돔구장은 단순한 지붕 설치가 아니다. 구조체 설계, 공조 시스템, 냉난방 설비, 전력 인프라 등 전반적인 설계 변경을 수반한다. 이는 초기 투자비 상승뿐 아니라 장기 유지관리비(OPEX)에도 영향을 미친다. BTO 구조에서는 장기 현금흐름 모델이 핵심인 만큼, 돔 전환은 금융 모델을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야구장 사업 변경으로 일정 역시 영향을 받았다. 공식적으로는 연내 착공을 언급하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실제 공사 개시는 내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시협약 체결과 착공은 다른 단계다. PF 집행은 공사 일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만큼, 착공 시점이 늦춰질 경우 자금조달 일정도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앵커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과 KB금융도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PF 규모가 4조원 수준까지 거론되는 만큼,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장기 현금흐름 안정성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잠실MICE 사업은 단순 체육시설 개발을 넘어 스마트시티 성격을 띠고 있다. 스마트주차, UAM 모빌리티, 삼성동(GBC)~탄천~잠실 등을 연결하는 도시 축 등 기술 인프라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한화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LG CNS도 기술 부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잠실MICE가 전략적 상징성이 큰 프로젝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사업비가 확대되고 착공 시점이 조정되면서, 단기 수익성과 장기 전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과제로 남았다. 투자비 회수를 위해서는 경기·공연 수익뿐 아니라 호텔, 오피스, 리테일 등 부대시설의 현금흐름 비중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비가 4조원 안팎으로 올라선 상황에서 야구장 단일 수익으로는 방어가 어렵다"며 "부대시설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임대·운영 수익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2036년 올림픽 변수도 얽혀 있다. 잠실 일대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염두에 둔 도시 재편 축으로 거론돼 왔다. 업계에서는 '올림픽 이전 준공'이 일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개최지가 전북으로 변화하면서, 올림픽 명분이 사업 일정과 재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로 남아 있다.
이 사업에는 한화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실MICE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한화가 보유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과 인프라 역량을 종합적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의 중동 등 해외 스마트시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레퍼런스 확보 차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잠실MICE는 한화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한 사례"라며 "착공과 준공 시점이 바뀌면 PF 구조 역시 재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한화 차원에서 상당한 에쿼티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2026.03.04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2월 27일 07:00 게재
설계 변경이 촉발한 사업비 재산정
확대된 PF 구조 속 수익성 재계산
돔구장 전환 이후 부대개발 의존 구조
한화 스마트시티 사업 레퍼런스 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