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보단 지배구조?…효성중공업 액면분할 선긋자 의견 분분
입력 2026.04.20 07:00

주가 300만원, 거래량 코스피 평균 20분의 1

상법 개정 앞두고 주주구성 변화 의식했나

  • 효성중공업 주가가 결국 300만원을 돌파하면서 액면분할 문제가 재차 도마에 올랐다. 주주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액면분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개월째 반복되지만 정작 회사는 관련 계획이 없다고 계속 선을 긋고 있다.

    액면분할은 경영상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회사가 강하게 부인하는 실질 배경이 무엇이냐를 두고도 여러 분석이 오르내린다. 지배구조 안정성을 위해 거래 편의성을 포기하는 의도로도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효성중공업 주가는 전일보다 소폭 상승해 299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3일 처음으로 300만원을 돌파한 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300만원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7월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에 등극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두 배가 더 오른 것이다.

    효성중공업의 지난 3년 주가수익률은 4400%를 훌쩍 넘긴다. 국내 주식시장 단일 종목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주가가 오를수록 거래량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효성중공업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5만9273주로 코스피 전체 평균(96만5513주)의 2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통상 거래량이 줄어들면 시장 가격이 적정하게 형성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거래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액면분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같은 전력기기 업종인 LS일렉트릭의 경우 지난 13일 5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완료한 뒤 거래량은 20배 이상, 주가는 13% 이상 올랐다. 액면분할 자체는 기업가치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지만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대기 중이던 매수세가 반영되기 쉬워진 덕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사업 전망이 밝은 회사일수록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당 가격이 높아서 거래량이 부족하면  액면분할을 통해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긴 하다”라며 "거래량이 받쳐줘야 주가가 실제 매수, 매도세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효성중공업은 "액면분할에 대해 계획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계획을 검토했다는 일부 보도에도 내부적으로는 액면분할의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부인하는 상황이다. 

    경영상 판단에 맡길 사안이지만, 딱 잘라 부인하는 배경을 두고도 여러 관측들이 제기된다. 투자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시행 예정인 개정 상법도 변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자문기관 한 관계자는 "거래 접근성을 개선해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는 게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라며 "작년 상법 개정으로 해가 지날수록 소액주주가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견제하기 더 용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정기 주총부터 상장사 대부분이 개정 상법에 맞춰 정관을 개정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3%룰과 집중투표제 도입이 예고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도 일정 지분을 결집하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선임 이사 수가 많을수록 이런 효과가 커진다. 

    여기에 더해 3%룰까지 적용될 경우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모두 소액주주 측 영향력을 종전보다 확대할 수 있는 제도다. 거래량이 늘어난다고 지배구조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높은 주가를 진입장벽 삼아 주주 구성 변화를 최소화할 여지는 있다. 최소한 향후 의결권 구도를 기존 상태로 유지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효성중공업의 최근 주총 행보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회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사 수를 기존 3명 이상 16명 이내에서 3명 이상 9명 이하로 줄이고, 이사 자격을 계열사 근무 경력자나 재임 이사 추천을 받은 자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국민연금은 이 안건이 일반주주의 주주제안권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고 결국 부결됐다. 무산되긴 했지만 액면분할 미실시와 같은 맥락에서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인 만큼 액면분할을 추진하지 않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 전력산업 담당 한 연구원은 "주가가 높은데도 액면분할을 안 하는 게 꼭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라며 "오히려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액면분할을 하지 않는 것이 주가 변동성이 줄어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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