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SME 커버리지 부서 새 고민거리로 떠오른 '중복상장 솔루션'
입력 2026.04.27 07:00

'원칙금지·예외허용' 가닥 나왔지만

인수·신설 자회사까지 심사 범위 확대

중소형 상장사들 "우리도 해당되나" 문의

법률 검토·구조 재설계 등 현장선 선제 대응

  • (그래픽=AI 생성 이미지)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움직임에 증권사 SME(중소·중견기업) 커버리지 부서가 새로운 고민거리를 떠안고 있다. 

    그간 대기업집단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던 중복상장 이슈가 상장사가 인수하거나 새로 세운 자회사 상장까지 심사 범위를 넓혀가면서, 중소형 상장사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중복상장을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로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6일 공개세미나를 열어 세부 제도 설계 방향을 공개했다. 당국은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하고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마무리해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핵심은 심사 범위가 예상보다 넓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공개한 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기존의 '분할 후 중복상장'뿐 아니라, 상장회사가 인수하거나 신설한 자회사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 유형으로 본다.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공정거래법상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와 손자회사도 포함된다. 해외 거래소 상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심사 기준도 단순한 형식요건이 아니라 상장 필요성, 주주 소통, 주주 보호, 경영·영업 독립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구조다.

    문제는 이 기준이 현장에서는 아직 상당히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임원은 "중소기업은 상장 후 유사 업종이나 확장 가능한 비상장 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라며 "예전에는 그걸 성장 전략의 일부로 봤다면, 이제는 이게 중복상장 범위에 들어가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 논리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상장사가 투자자 돈으로 산 자산이라면 그 이익을 기존 주주와 나눠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맞는 면이 있다"면서도 "막상 회사들 입장에선 향후 사업 확장과 자금조달 경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SME 커버리지 부서가 긴장하는 이유는 대기업보다 중소형 상장사가 더 자주 맞닥뜨리는 성장 경로와 맞물려 있어서다. 중소·중견 상장사들은 새 사업을 직접 키우기보다 관련 비상장사 지분을 취득하거나 별도 법인을 세워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해당 자회사가 커지면 별도 상장이나 외부 투자 유치가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거론되는데, 이제는 그 경로 자체가 규제 심사 대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어느 수준의 지배력 보유가 문제인지', '처음부터 별도상장 가능성을 전제로 인수 구조를 짜면 불리한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사전 문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딜을 만들고 나서 상장 가능성을 검토했다면, 이제는 인수 단계부터 나중에 중복상장 논란이 생길지, 생긴다면 어떤 설명 논리와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하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며 "커버리지 부서 입장에선 사실상 '중복상장 솔루션'이 새 업무로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도 세부 예외 기준이 아직 선명하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는다. 공개세미나에서는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거래소는 재무제표상 연결 기준으로 잡히는 자회사는 분할·인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 심사 대상으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경우를 예외적으로 허용할지 구체적 사례를 열거하지는 않아, 기업들로서는 일단 가장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단순히 '상장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보는 차원을 넘어 법률 검토와 구조 재설계 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상장 필요성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 아예 별도상장 대신 다른 자금조달이나 사업재편 수단으로 우회할지 등을 미리 따져보는 식이다. 

    앞선 기업금융 임원은 "회사들이 '중복상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어오기 시작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법률 검토를 맡기고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안 나온 상황이라 더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제도의 취지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에 있는 만큼 큰 방향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예외 허용 기준과 모범사례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한동안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보다 '거래가 나중에 규제에 걸리지 않게 설계하는 일'이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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