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이어 우리은행도…은행권 '아픈 손가락' 된 인도네시아
입력 2026.05.06 07:00

인니 KB뱅크, 수년만에 정상화 단계 밟는데

우리소다라 리스크 부각…LC 사기 이어 또 잡음

1380억 충당금 '직격탄'에 그룹 실적 뒷걸음질

섬나라·디지털 한계에 규제까지…'아픈 손가락' 되나

  • (그래픽=이지연)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 거점으로 각광받던 인도네시아가 다시 한번 해외 진출 리스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KB국민은행이 부코핀(현 KB뱅크) 부실로 수년간 몸살을 앓은 데 이어, 우리은행마저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인도네시아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지난 1분기 약 138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 여파로 그룹 전체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1% 줄어들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은 52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8% 줄었다.

    우리소다라은행의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현지 기업이 위조된 선적 서류를 이용해 대금을 가로챈 '신용장(LC) 매입 사기' 사건으로 약 1100억원(1억7850만달러) 규모의 손실을 공시했다. 기업 금융에서 대규모 사기를 당한 데 이어 리테일 상품에서까지 잡음이 발생한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 쌓은 1380억원의 충당금은 우리소다라은행이 현지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취급해 왔던 연금대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상품은 공무원·군경 등 연금을 담보로 삼는 구조인데 지리적 한계가 뚜렷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그나마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 핵심 상품이었다.

    하지만 대출 보증을 서는 기관들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가 전이됐고, 보증 기관 신뢰도가 떨어지자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해 해당 대출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리테일 전략 중심축인 연금대출에서마저 보증 리스크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는 첫 지분 인수 8년 만에 겨우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첫 지분 인수 이후 수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 단위 적자였다. 그룹 내에서는 한때 최대의 아픈 손가락이자, 국내 금융권 해외 진출사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까지 거론됐다.

    물론 최근 들어 지표상 손실은 일단 멈춘 모습이다. KB뱅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회계 기준으로 약 1032억1600만루피아(한화 약 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때 60%를 웃돌던 부실채권(LAR)비율을 20%대까지 끌어내린 결과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수조원의 기회비용을 치르고 거둔 수십억원대 흑자를 두고 반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평가와 함께, 투입된 자본 대비 수익성을 의미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고전하는 근본 원인으로는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요인이 꼽힌다. 자카르타 본점에서 떨어진 외곽 섬의 차주를 관리하기 위해선 막대한 현지 실사 비용이 소요되고 이는 곧 관리 사각지대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디지털 금융으로 이를 돌파하려 하지만 현지 하드웨어 환경이 비교적 열악하다는 설명이다. 저사양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국내 식의 고사양 뱅킹 앱은 구동이 어려워 '한국식' 디지털 금융을 확산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소다라은행은 공무원연금대출이나 직장인신용대출 등 비교적 안정적인 리테일 상품을 취급해 왔지만, 최근 해당 부문에서도 우려가 커지자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인도네시아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경영 환경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최근에는 '단물만 빼먹고 나가는 외세'에 대한 경계심이 과거 대비 커졌다는 것이다. 사고가 터지면 과거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국내 은행들이 설 자리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해외에서 실적 개선 기회를 찾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더 이상 고성장만 기대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라며 "은행권 내부에서도 진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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