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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의 주가가 450만원을 넘보고, 1주당 주가가 100만을 넘는 종목이 크게 늘며 이들 '황제주'의 액면분할 논의가 재점화 되고 있다.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거듭난 삼성전자처럼 주가가 무거운 기업들의 '투자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액주주가 대거 유입되면 변동성이 커지고, 실적 중심의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물론 기존 주주들도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에서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늘어나며, 기업이 액면분할을 고려할 유인이 더욱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황제주'는 총 10개다. 주가가 400만원을 훌쩍 넘긴 효성중공업을 비롯해 ▲SK하이닉스 188만원(전날 종가 기준) ▲두산 172만원 ▲고려아연 152만8000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45만8000원 ▲HD현대일렉트릭 136만2000원 ▲삼양식품 131만9000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1만5000원 ▲SK스퀘어 118만7000원 ▲태광산업 113만3000원 등이 있다.
효성중공업은 전날 433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작년 5월 50만원 선이던 주가는 빠르게 올라 이달 들어 처음으로 400만원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 지난 7일 460만1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소폭 조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몸집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액면분할에 대한 요구도 재차 수면 위에 올라왔다.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 접근성을 낮추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주가 상승의 가능성 또한 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가 창출한 성과와 배당 수익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등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이들이 독식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일 기준 기관 및 외국인의 보유율은 27.43%로 1년 전(15.98%)보다 크게 증가했다.
과거 주당 가격이 250만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는 2018년 50대 1의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5만원 선으로 낮췄다. 당시 삼성전자는 투자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국민주'가 됐다. 실제 2017년 말 14만명 수준이었던 소액주주 수는 액면분할 후인 2018년 말 76만명으로 급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론 419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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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효성중공업 측은 현재까지 액면분할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대거 유입을 경계하는 기류가 읽힌다.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단기적 이슈나 수급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현재 효성중공업은 사법 리스크 등 대외적 압박 요인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지금의 주주 구성을 유지하는 게 안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작년 말 기준, 효성이 보유한 효성중공업 의결권 지분(특수관계자 포함)은 44%에 달한다.
두산, 고려아연, 삼성바이오 등 다른 '황제주'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결국 '제2의 삼성전자'가 나올 유인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기업이나 기존 주주에게 유리하기 보단,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며 "여론 반전 등이 필요하거나, 외부 압력이 없다면 굳이 추진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소액주주의 권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액면분할이 더욱 부담스러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하반기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특정 이사에 집중적으로 표를 몰아주면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하기가 수월해진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소액주주들의 견제를 경험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 이사 정원을 최대 16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안건을 올렸지만,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반대표가 결집돼 부결됐다. 당시 집중투표제 도입을 앞두고 소액주주 대표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효성은 현재 계열분리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회장 일가의 상호 지분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효성중공업의 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주주들 역시 액면분할을 반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전엔 보유 주식에 대한 타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주가 형성이나 차익 실현에 유리하기 때문에 기존 소액주주들도 액면분할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컸지만, 주식 투자가 대중화된 지금은 황제주가 일종의 지위로서 기능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황제주는 주가가 그 자체로 진입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겐 일종의 심리적 해자(垓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며 "높은 주가가 주는 희소성의 가치 때문에라도 지금의 소액주주들은 액면분할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압박은 커질 수 있다. 현재 당정은 기업의 이익이 특정 소수에게 쏠리지 않고 일반 국민에게 환원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AI, 반도체 호황 등으로 기업이 거둔 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업종 내 경쟁사인 LS일렉트릭이 액면분할을 단행한 점도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액면분할 후 주가가 하락했던 이전 사례들과 달리 주가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게자는 "액면분할은 기업이 판단할 경영 자율권의 영역이지 외부에서 강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실적에 기반해 주가가 견조하게 흐르는 장세에서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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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6.05.14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5월 13일 07:00 게재
증시 활황에 황제주 급증…효성重 주가 450만원 넘봐
개인 투자자 진입 장벽에 '액면분할' 논란 재점화
시장에선 "실적 기반한 주가 견조…실익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