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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재계 전반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HD현대중공업도 올해 만만치 않은 청구서를 받아 든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연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내용을 담았다. 원청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등에도 같은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 주장했다.
노조는 이외에도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9600원 정액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조합원 휴양시설 운영비 20억원 출연 ▲인공지능(AI) 도입 시 노동권 보호 제도마련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달 20일 회사에 임단협 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전일 7% 넘게 하락한 데 이어 15일에도 5% 이상 약세를 보였다. 연간 영업이익이 크게 깎일 가능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매년 노사 간 줄다리기가 반복돼 왔다. 지난해 MASGA 등을 계기로 조선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실적 개선세도 뚜렷해지면서, 노동자들의 성과 배분 요구도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 요구안은 또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성과급을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영업이익과 연동된 배분 구조로 제도화하자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성과급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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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우려도 이 지점에 맞춰져 있다. 성과급이 영업이익에 직접 연동될 경우 향후 실적 개선분 일부가 인건비로 고정 배분될 수 있다. 노조 요구안이 원안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올해 낮은 비율에서라도 연동 구조가 만들어지면 이후 배분율 상향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원하청 동일 지급 요구도 변수다. HD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에 원청과 같은 요율을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 사례가 선례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사내 협력사에도 본사 직원과 동일한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정부도 호의적 반응을 내놨다. 삼성중공업은 일정 근속 기간을 충족하면 협력사 직원에 대해 삼성중공업 직원과 같은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다른 대형 조선사들이 협력사에 본사 직원과 같은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만큼, HD현대중공업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단 평가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산업의 성장의 과실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조선산업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고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그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노조 요구안이 원안대로 받아들여지는 최악의 경우를 점검하는 시각도 있다.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면 성과급 부담은 2026년 1조500억원, 2027년 1조2000억원, 2028년 1조38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이 경우 증권사들이 제시한 연간 실적 컨센서스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증권가는 이 같은 우려가 단기 노이즈에 가깝다고 점치고 있다. 임단협 초반 노조 요구안은 통상 가장 높은 수준에서 제시되는 만큼, 회사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예상 성과급이 이미 분기별로 일정 부분 비용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실제 추정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근거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조선업 연구원은 "지방선거 전까지는 HD현대중공업 주가에 노이즈가 반영되며 단기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지난해 원하청 동일 성과급 지급 방침을 밝혔지만 올해 1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며 "영업이익 30% 연동 구조가 원안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고, 설령 비용 부담이 일부 늘더라도 현재 조선사들의 이익 체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입력 2026.05.19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5월 17일 07:00 게재
노조, 영업익 30% 성과급 요구
원하청 동일 비율도 주요 쟁점
영업익 연동 시 고정 비용 우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단 평가
증권가는 "단기 노이즈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