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 시장 관심은 다시 한번 세부 기준안에 쏠린다. 정부가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침을 시사한 이후 시장에서는 수개월째 공회전하는 딜(Deal)들만 쌓인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중복상장 세부 세칙 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예외 허용 안은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중심으로 세부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모회사 주주 동의 절차가 어느 수준까지 요구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당국이 일반주주 동의 여부를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을 예정인 만큼, 시장에서는 소수주주 다수결, 3%룰, 특별결의 등의 방법을 거론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상장 심사 과정에서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식으로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세부 기준을 명문화한 것은 아니지만, 모회사 일반주주 가치 훼손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시장 분위기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자회사 IPO를 전제로 투자금을 집행하려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상장 가능성을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 투자 유치를 추진하던 기업들도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성장성과 밸류에이션보다 향후 상장 심사 통과 가능성이 먼저 검토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프리IPO 자금을 받은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은 FI와 투자금 상환 방안을 두고 조율에 나섰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일부 기업들은 중복상장 우려에도 투자 유치 가능성을 계속 타진해 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다시 계획을 짜든 할텐데, 돈이 꼭 필요한 기업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계속 투자사들을 두드리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가 어렵다고 보고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녹스리튬은 최근 추진하던 1000억원대 시리즈C 펀딩을 사실상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녹스리튬은 상장사인 코스닥 이녹스첨단소재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J&M파트너스와 안다아시아벤처스는 1000억원 중 각각 300억원, 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 조성을 추진하며 기관투자자(LP)를 접촉해왔다. 중복상장 우려에도 투자자 모집에 나섰지만, 실제 자금 모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이슈가 걸려 있다 보니 자금 모집을 시도해도 LP 자금이 모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펜딩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항온항습기 업체 듀오콤 사례도 거론된다. 듀오콤은 일부 VC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하며 펀딩을 추진했지만, 수개월째 자금 모집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듀오콤은 지난해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엔켐에 인수됐다. 이에 향후 IPO를 추진할 경우 중복상장 이슈에서 자유롭기 어렵단 평가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기술력과 별개로 중복상장 이슈가 걸림돌"이라며 "엔켐 역시 캐즘 여파로 자금 여력이 약해진 점이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HL홀딩스(코스피 상장) 자회사 HL로보틱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HL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 프리IPO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련 절차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한 PE업계 관계자는 "로봇 섹터는 전형적으로 미래 성장성을 근거로 투자를 유치한 뒤 IPO를 통해 회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며 "투자를 검토했지만 중복상장 우려가 커 보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사안 별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외 허용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다른 논리로 투자 유치 작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다만 모회사와 사업 연관성이 높거나 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은 IPO 대신 다른 회수 방안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이 어려워지면서 시장에는 투자가 집행되는 건은 줄고, 투자설명서(IM)만 돌고 있다"고 했다.
입력 2026.06.08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6월 05일 14:51 게재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임박
시장 시선은 다시 세부 기준
중복상장에 걸릴 가능성에도
자금 급한 기업은 펀딩 지속
"시장에 IM만 돈다" 평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