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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로 몰리고 있다. SK그룹은 울산에서, 삼성그룹은 해남 솔라시도에서,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서 AI DC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내외 대형 재무적투자자(FI)들도 이들 사업에 잇따라 합류 중이다.
정작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도 전부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지가 지방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전력망 구축 부담부터 임차인 확보, 주민 설득까지 사업자가 떠안아야 할 변수가 줄줄이 쌓이고 있어서다. 때문에 시장에선 아직까지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없지만 지연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로 전력이 꼽힌다. 정부는 2023년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이어 전력공급 특별법까지 시행하면서 5메가와트(MW) 이상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은 한국전력공사(한전) 전력 계통 영향 평가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한정된 수도권 전력망이 더 이상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방침은 지방 분산이다.
문제는 정부가 사업지를 옮기라고만 할 뿐 전력망 구축 책임은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인프라업계 관계자는 "지방에 DC를 지으라고 국가가 압박하면서 정작 전력망은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식"이라며 "정부는 여력이 없으니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전력망을 깔아준다고도 안 하니 사업자가 직접 깔아야 하고 주민 설득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력 공급의 큰 틀 자체가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평택과 용인 반도체 팹 증설용 산업용 전기부터 새만금, 구미, 포항, 해남 솔라시도, 울산 등 AI DC용 전기까지 전력 수요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 정확한 전망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한전 발전자회사와 민자발전이 공급을 어떻게 나눠 채울지에 대한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정비되지 않았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던 에너지 정책이 기후에너지부로 이관되면서 사업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자체 LNG 발전과 연료전지 등을 활용한 AI DC 인프라 구상을 일찌감치 검토해왔지만, 분산특구 지정에서 LNG가 빠지고 신재생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사업 전제 자체에 부담이 생겼다.
삼성그룹은 진행하고 있는 해남 솔라시도 AI DC 사업에서 임차인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임차인을 다 태핑(접촉)해봤지만 아무도 안 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방으로 옮기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은 전력계통 평가에서 막히고 전력 확보 가능한 지방으로 가면 임차인이 없다"고 짚었다.
주민 설득도 사업자 몫으로 남는다. 앞선 건설사 관계자는 "전자파 등을 이유로 한 민원이 워낙 많아 지자체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일론 머스크의 xAI와 스페이스X가 미시시피 사우스헤이븐에서 AI DC 가스 터빈 발전소 소음과 진동 문제로 주민 1만명 이상의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에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한꺼번에 뛰어든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자체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데다 정부 정책마저 일관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면서, 대기업도 FI도 좀처럼 마음 놓고 속도를 낼 수 없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입력 2026.06.26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6월 22일 14:21 게재
취재노트
전력망 구축까지 사업자 몫
기후부 이관에 SK 구상도 흔들
해남 솔라시도 임차인 난항
주민 설득도 사업자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