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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성장펀드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상품과 시장은 다르지만 정책 목표를 앞세워 자금을 먼저 움직이고, 검증과 책임체계는 뒤따르는 방식이 닮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상품을 왜 서둘러 도입했고, 투자자 보호 장치는 왜 시장이 흔들린 뒤에야 강화했느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해외로 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려 외화 유출을 줄이겠다는 정책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금융위원회도 시행령 개정 당시 '자금 유출 유인 경감'을 기대 효과로 제시했다. 반면 안전장치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사전교육, 상품 명칭 제한 정도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상품 출시 두 달 만에 신규 상장과 광고를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렸다. 연이틀 서킷브레이커 뒤에는 개인별 투자한도와 모의거래, 과다호가부담금, 가변 레버리지까지 추가로 꺼냈다. 졸속 도입을 단정할 수는 없어도 초기 안전장치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국민성장펀드도 묘하게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가 출범 직후부터 '전례 없는 승인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올 상반기에만 국민성장펀드 연계 사업의 누적 승인액은 직접투자 2조5000억원을 포함해 14조6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최근 5년간 공급 규모를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늘리고, 연간 직접 지분투자도 3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속도전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AI와 반도체, 바이오처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장기 위험을 나눠 부담하는 것이 국민성장펀드의 역할이다. 관건은 속도가 빨라질수록 심사 과정에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견제 장치도 함께 강해지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출범 초기부터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국민성장펀드가 총 5600억원을 투자한 업스테이지 안건은 지난 4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참석 위원 8명 중 7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열흘 뒤 기금운용심의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와 달리 심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사업모델과 매출 전망의 현실성을 둘러싼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심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두 시간 동안 설명을 들은 교수와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업모델과 매출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라며 "다만 정책 방향과 다른 판단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부담감이 컸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사업성·재무안정성·회수 가능성과 시나리오별 현금흐름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쟁점은 심사 절차의 존재보다, 당시 제기된 우려가 실제 투자 거절이나 규모·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느냐다.
민간 매칭도 마찬가지다. 국민성장펀드는 최근 리가켐바이오에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자금 각각 25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투자했다. 민간매칭을 도왔던 금융사에서는 장기 만기와 풋옵션 부재 등 조건을 두고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금융지주·은행계의 대기 수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성장펀드 매칭투자에는 위험가중자산(RWA) 100% 특례가 적용된다. 생산적금융 실적으로 인정되고,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면 손실에 따른 기관·임직원 제재도 면책된다. 공식적인 강제는 없지만 RWA 특례와 면책, 내부 핵심성과지표(KPI)가 결합하면 금융회사가 투자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이 경우 민간 매칭이 정책투자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장치로 기능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가 투자 대상을 정하고 금융회사들이 정책 실적과 규제 혜택을 고려해 나머지를 채운다면, 민간자금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에서도 가격과 사업성을 인정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투자에서는 시장의 중간평가도 나오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CB·CPS 전환가액은 12만1400원으로 조정됐지만 지난달 31일 종가는 8만7500원에 그쳤다. 전환가액보다 27.9% 낮고, CB의 최저 조정가액인 9만7200원도 밑돈다.
물론 10년 만기의 장기투자인 데다 전환가 조정과 옵션이 있어 이를 확정 손실로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단기 평가손실 자체가 아니라 투자에 이른 과정이다. 충분한 검토 끝에 감수한 위험과 정책 실적을 위해 심사를 서두르다 발생한 손실은 성격이 다르다.
증시의 정책 판단 실패는 주가와 투자자 손실을 통해 즉시 드러났다. 반면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사업성과 회수 가능성은 수년 뒤에야 판가름 난다. 당시 제시한 사업계획과 매출 전망이 빗나갔는지, 정책 목표를 위해 가격과 위험을 과소평가했는지를 확인할 때는 담당자와 투심위원이 모두 자리를 떠난 뒤일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안전한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전례 없는 속도'가 성과로만 평가되고 반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지는 분위기임은 여러 통로로 감지되고 있다. 지금의 집행 실적이 몇 년 뒤 더 늦고 더 큰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입력 2026.08.07 07: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6년 08월 04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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