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이 '책' 읽을 때 미래는 '투자'...체면 구긴 금융지주, 남은 건 '자산배분' 뿐
입력 2026.08.14 07:00

Invest Column

지난 5월 미래에셋그룹 시총 신한금융 앞서

2분기 실적발표서 미래證 순익 처음 금융그룹 추월

은행 수익성은 이미 '천장', 증권 '올인'도 위험

'유기적인 자산 배분과 자본 이동이 답' 전망 점차 커져

  • 석 달 만이었다. 숫자가 시가총액을 증명했다. 

    지난 5월초 미래에셋그룹(증권, 우선주, 생명) 합산 시총은 48조원으로 신한금융지주(당시 45조원)를 처음 앞질렀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8월,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1조9000억원의 순익을 발표했다. 신한금융그룹(1조8200억원) 2분기 순익을 처음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신한금융이 키케로의 <의무론>을 읽으며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신뢰게임>을 읽으며 SK하이닉스의 조직론을 배우고, <경계 없음>을 읽으며 인공지능 전환(AX)을 고민하는 사이 미래에셋은 우주산업의 기린아이자 AI기업인 스페이스X에 투자를 집행했다. "은행이 고민하는 동안 증권은 행동했다"는 관람평도 나온다. 

    신한금융도 나쁜 실적을 낸 것은 아니었다. 신한금융의 2분기 순익은 전 분기 대비로도, 전년동기 대비로도 두 자릿 수 성장했다. 신한은행의 2분기 누적연환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9%로 최근 10년래 최고 수치였다. 직년 8개 분기 평균(약 11%)을 뛰어넘었다.

    은행 내에선 '규제 속에서 분투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건 은행업이라는 한계 내에서의 이야기다. 이미 시장은 미래에셋증권의 '비상식적인' 성장세를 목격했고, 주목했다. 

    2분기 미래에셋증권의 ROE는 39.5%였다. 불과 2년전 10% 수준 ROE로 신한은행과 비슷한 수익성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상대다. 더 무서운 건 자산 성장세였다. 미래에셋증권의 총 주식예탁자산은 지난해 말 307조원에서 올 상반기 말 439조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원화대출금 성장률은 1.8%였다.

    최근 크게 줄어들기 시작한 증시거래대금 규모, 6개월만에 처음 100조원 아래로 내려온 예탁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은행을 앞지른 증권사'는 다시 보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은행권 내부에서도 이번 실적 시즌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과연 그게 다일까. '실적 역전'의 충격으로 체면을 구긴 금융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룹 차원의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 이슈로 번지고 있다.

    2분기 신한자산운용의 ROE는 37.8%, 신한투자증권은 19.7%였다. 은행이 12.9%로 호성과를 냈음에도 그룹 ROE가 12.3%에 머문건 신한라이프가 8.8%, 신한카드가 6.1%의 ROE를 기록한 탓이다. 

    은행, 보험, 카드는 현재 그룹에서 자본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군이다. 그러나 이들의 수익성은 증권ㆍ운용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지주 입장에서는 은행은 물론, 카드와 보험에 묶인 자본을 수익성이 더 좋은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높은 ROE엔 높은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2022년 25%대 ROE를 기록하며 올해 2분기 한국투자증권(ROE 26% 추정)에 필적하는 성과를 냈던 신한캐피탈은 이후 사업 부실화로 인해 지난해 4분기 ROE가 4.8%까지 떨어졌다. 신한투자증권도 잇딴 금융사고로 인해 2022년 이후 한 자릿 수 ROE를 맴돌았다.

    은행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산업의 2013~2022년 평균 ROE는 5.2%에 그쳤다. 같은 기간 보험(6.8%), 증권(6.7%), 비금융업(6.2%)보다도 낮았다. 신한은행이 기록한 12.9%는 은행업이 낼 수 있는 ROE의 천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자산 성장이 막힌데다 생산적금융, 포용금융 같은 정책적 제약이 본격화하면 ROE는 향후 꺾일 가능성이 더 크다.

    증권으로의 올인(All-in)도 정답지는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상반기 낸 수익의 64%는 스페이스X 투자 평가이익에서 나왔다. 비교적 수익원 구성이 조화로운 한국투자증권도 올해엔 수익 중 위탁매매 비중이 41%까지 상승했다. 천수답(天水畓) 수준까진 아니지만, 투자자산의 가치가 무너지거나 증시 거래량이 줄면 이익 또한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올 하반기 이후 금융그룹 내 증자나 감자가 더 활발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인수합병(M&A)이나 일방향 증자 위주로 계열사별 자본 구성을 세팅해왔다. 은행→카드→보험→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익 규모 순위도 큰 변동이 없었다. 금융지주들도 그간 그룹 내 유연한 자산 배치를 고민해왔다. 그러나 실행에 옮긴 곳은 드물다.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초과 자본'을 방치해왔다. '복잡한 절차를 밟아 옮겨도 어차피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이번 실적시즌에서 증권사들이 보여준 수익성은 이런 '대전제'를 허물 수 있을만큼 강력했다. 어느 계열사엔 1조원을 줘도 500억원밖에 벌어오지 못하는데, 다른 계열사에 주면 2000억원을 벌어온다 하면 주주들도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는 업황과 수익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본을 이동시켜놔야 그룹 전체적인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사실상 전국민에게 주식투자 경험이 생겼기 때문에, 상승장땐 투자가 급증했다가 하락장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수급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증권사도 매크로의 영향을 받는 '씨클리컬'(순환주기) 산업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주 입장에선 자산 배분의 난이도가 더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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