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기획자로 변모하는 회계법인…자문수수료 100억대 거래도
입력 2026.09.04 07:00

회계법인들 알짜 중형 거래 발굴해 성공보수 확대

실사 중심에서 매물 발굴·거래 구조화로 영역 확장

외국계 IB와 역할 분화…국내 네트워크 활용도 높여

결국 좋은 매물을 얼마나 먼저 선점하느냐가 핵심

  •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회계법인들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조력자로서 역할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직접 거래를 끌어내고 성사시키는 능력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먼저 발굴해 독점적인 협상권을 따낸 거래에서는 수십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자문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M&A 시장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IB)과 회계법인들의 역할이 나뉘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IB들이 대기업의 크로스보더 거래와 해외 투자설명회 등에 집중하는 사이, 회계법인들은 국내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형급 거래에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내고 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화다이아몬드공업 M&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오랜 기간 투자시장에서 주목받았지만 M&A 시장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삼정KPMG가 거래를 이끌어내 성사시켰다. 이화다이아몬드공업 거래 금액은 4000억원 수준인데, 삼정KPMG는 이 거래로 1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거론된다.

    삼정KPMG는 최근 수년간 알짜 중형 거래들을 자문하며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KJ환경, 준오헤어, 티맥스소프트 등 거래에서 수십억원 규모 자문 수수료를 챙겼다. 작년 재무자문부문을 10본부에서 6본부 체제로 개편한 후 '성공보수' 기반으로 적극적인 자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삼정KPMG에 대해 "예전에는 회계 전문가로서 자문하고 용역 대가를 받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거래를 만들어내고 성공보수를 받겠다는 컨셉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EY한영은 만전식품 M&A를 성사시키며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수를 원하는 매도자와 식품 회사를 바라던 인수자의 바람을 일치시켰다. 가장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삼일PwC는 유수의 중대형 거래들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딜로이트안진도 청호나이스 매각에 관여하며 쏠쏠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들의 변화는 결국 수익성 때문이다. 과거 M&A 시장에서 회계법인들의 역할은 실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실사 수수료를 받으면서 일부 재무자문 서비스도 얹어주니 실제 받을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었다. 최근 한 회계법인은 사모펀드(PEF)와 거래에서 10억원 이상의 실사 수수료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이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이 재무자문에 나서면 손에 쥐는 보수가 달라진다. 최근엔 거래 금액이 커질수록 수수료율도 올라가는 구조로 자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좋은 거래를 맡아 몸값을 끌어 올려 거래하면 수수료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2024년 컴포즈커피 M&A가 회계법인에 영감을 준 거래로 꼽힌다. 이 거래는 독립계 M&A 자문사 KR&파트너스가 주도했는데, 3년에 걸친 자문 끝에 성사시켰다. 당시 자문 수수료로 세자릿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대형 회계법인 사이에서 이런 돈 되는 거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외국계 IB들이 해외만 집중하면서 국내 거래는 대부분 회계법인에 돌아가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활약하는 국내외 PEF들은 거래 성과가 필요한데 파이프라인 상당 부분을 회계법인들로 받을 수밖에 없다. 수수료를 후하게 쳐주는 PEF일수록 좋은 투자건을 먼저 받아볼 가능성이 커진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예전에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아도 실사 수수료에 살짝 얹어주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많았다"며 "이제는 수수료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곳으로는 거래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회계법인이 관여하는 모든 재무자문 거래가 큰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경쟁사나 IB가 접촉하기 전에 발굴했느냐, 매도자와 인수자를 독점적으로 묶어 양쪽에 자문을 제공했느냐에 따라 거래 성공 가능성과 보수의 규모가 달라진다. 시장의 손이 많이 탄 거래일수록 큰 돈을 쥘 확률은 낮아진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접촉이 많은 기업의 오너일수록 시장 가격에 민감하고 자체적인 거래 전략도 가진 경우가 많다"며 "회계법인이나 IB와 만나본 적이 없는 기업을 발굴해야 자문 수수료를 많이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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