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조선소 투자 본격화할까…현대중공업 출자 여부에 시선
입력 2026.09.08 07:00

군함 사업 본격화 땐 현중 역할 커질 가능성

해외 건조 제약에 美 야드 확보 필요성 부각

  • 미국과의 군함 협력을 둘러싼 논의가 예상보다 더디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현지 투자 전략에도 다시 시선이 모인다. 한화그룹은 미국을 핵심 거점으로 여기며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반면 HD현대그룹은 아직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올해 HD한국조선해양 산하에 설립한 미국 투자법인을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그룹은 지난 5월 HD한국조선해양 산하에 미국 투자법인 'HD Hyundai USA LLC'를 신설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36억6500만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향후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및 투자, 투자자산 관리 등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법인 설립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HD현대는 지난해 8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미국 투자법인 설립 계획을 함께 제시했다. 당시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신설해 베트남, 인도 등의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투자와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미국에는 별도 투자법인을 두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투자업계는 향후 미국 투자법인의 지분 구조에도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그간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HD한국조선해양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도 미국 법인에 출자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조선소 투자가 군함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큰 만큼, 특수선 사업을 담당하는 HD현대중공업이 직접 지분을 태우고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가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의 출자 시점이 그룹의 미국 조선소 투자가 본격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상기포르 투자 법인에서 비슷한 지분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투자법인의 경우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회사는 시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 투자법인과 비슷하게 미국 투자법인에도 HD현대중공업이 절반 가까이의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고 했다. 

    회사 측은 "특수선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가 HD현대중공업인 만큼 시장에서 그런 가능성이 거론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지분 출자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는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와 지분 투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버러스캐피탈·산업은행과 연계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샌디에이고와 텍사스 멕시코만 연안 등이 후보지로 언급돼 왔지만 아직 투자 대상이나 시점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투자를 서두를 시점이란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해외 업체에 일정 조건 아래 본국 건조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변수는 미국 의회다. 미 하원은 전투함뿐 아니라 군수지원함의 해외 건조에도 제약을 두고 있다. 상원은 일부 군수지원·수송선에 대해서는 일정 조건 아래 해외 건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큰 틀에선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결국 미 함정 시장에서 껍데기가 아닌 전투함 등을 수주하려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직접 확보하는 방안이 중요해졌단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한화가 전투함 건조가 가능한 오스탈 USA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도 해외 조선소를 활용한 함정 건조가 생각만큼 쉽게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군함 관련 이벤트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시장 기대치도 연초보다 낮아졌다"며 "한화그룹이 미국에서 자주포 시제품 공급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도 그간의 투자 규모에 비해 미국 사업 성과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쯤이면 군함 관련 더 큰 성과도 나왔어야 한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투자 비용은 높아지고 있다. 선박 및 군함 건조 역량을 갖춘 미국 조선소가 제한적인 만큼 몸값이 뛰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한화는 2024년 오스탈 전체를 약 9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최근에는 오스탈 미국 법인에만 최대 1조7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여기에 와일드캣 인프라스트럭처란 미국 투자법인이 막판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돼 몸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

    군함을 해외에서 건조하는 방안에 대한 기대는 약해지고, 비용은 늘어나는 시점이라 HD현대의 미국 투자 방향이 더욱이 중요해졌단 평가다. 앞선 증권사 연구원은 "실익을 두고 의견이 더 크게 나뉘는 시점이라 HD현대의 사업 방향에 다시 시선이 간다"며 "현지 조선소 투자에 나선다면 미국 사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가져가려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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