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마다 등판한 태광산업, '현금 풀라' 주주 압박에 셈법 복잡
입력 2026.09.14 07:00

M&A 매물 검토 활발한 태광그룹

주주 요구에 압박 느낀단 시선도

경영협의체 논란에 셈법 더 복잡

  •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광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단골손님으로 떠올랐다. 굵직한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거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주력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는 중 쌓아둔 현금을 활용하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나오며 M&A를 통한 사업재편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태광산업의 역할이나 투자 방향을 두고 의문을 품고 있다. 최근엔 그룹 경영지원협의체를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향후 투자 과정에서 절차와 명분을 이전보다 촘촘히 따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태광산업은 작년부터 M&A 시장에서 부쩍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경산업과 동성제약에 투자한 데 이어 케이조선과 넥스플렉스 인수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룹 차원에서 이지스자산운용과 KDB생명, 예별손해보험 등 금융사 매물도 잇따라 검토했다.

    적극적인 행보의 배경에는 풍부한 현금이 자리한다. 태광산업은 2024년 티브로드 관련 지분을 정리하며 약 9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4265억원, 단기금융상품 4839억원을 보유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본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자본효율화 요구도 영향을 미친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대규모 현금과 자사주를 보유하면서도 배당 등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쌓아둔 자금을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성장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압박이 태광산업의 적극적인 M&A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현금을 계속 쌓아두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단순히 배당을 확대하기보다 신사업에 투자해 중장기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택할 유인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태광이 예전에 신탁사 매물이나 데이터센터 투자도 검토했단 이야기가 있다"며 "주요 주주의 현금 활용 요구에 부담을 느껴 적극적으로 매물을 검토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태광그룹의 셈법이 더욱이 복잡해졌다. 트러스톤은 지난 3일 태광산업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그룹 경영지원협의체의 실체와 역할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투자 검토와 감사위원 추천 등의 과정에서 이사회보다 경영지원협의체가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태광산업은 경영지원협의체가 계열사 간 정보와 역량을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조직이라는 입장이다. 개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각사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M&A와 투자 검토 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한층 더 정교하게 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협의체의 영향력이 큰 만큼 투자 담당 부서와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는 시선이 있다"며 "넥스플렉스 투자도 실무진에서는 거래를 추진하려 했지만 막판 경영협의체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실제 투자 검토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애경산업 인수 때는 태광산업이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티투PE 주주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해상충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제기됐다.

    케이조선 인수전에서는 컨소시엄 구성 과정이 길어졌다. 태광산업은 당초 그린하버자산운용·오성첨단소재와 손잡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참여자 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첫 시도가 무산됐다. 이후 한국카본과 다시 거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데, 태광 측은 재무적투자자(FI)에 가까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넥스플렉스 인수전에서도 FI 역햘에 가깝단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그룹 차원에선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과정에서 자문사와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KDB생명 등 보험사 매물에도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성과는 없었다. 실제 인수 의지를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렸다.

    앞선 관계자는 "앞으로 태광산업이 중장기 사업 방향이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때는 투자 타당성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까지 이전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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