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 전문가가 이끈 KB금융에 추격 허용
"비은행 강화 흐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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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KB금융그룹의 추격을 턱 밑까지 허용한 배경으로 '인사'를 꼽는 목소리도 많다. KB금융은 재무·전략 전문가들을 핵심 경영진으로 배치했고, 신한금융은 은행 출신 인사·기획 전문가들이 이끈다는 '차이'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총자산 성장이 정체한 지난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끈 한동우 전 회장은 신한은행 인사부장·종합기획부장을 거친 인사·기획통이다. 같은 시기 KB금융의 살림을 책임진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은행장은 회계법인 출신으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이들을 곁에서 보좌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 역시 각 회장과 비슷한 색채를 띈 인물들이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인적자원의 포석이 두 그룹간 격차가 줄어든 핵심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전 회장 시절 은행장을 맡고 있던 조용병 현 회장 역시 은행에서 인사부장과 기획부장을 거쳤다. 신한카드를 맡고 있던 위성호 현 행장도 지주에서 통합기획팀장·HR팀장·경영관리담당을 맡았던 인사·기획통이다. 지주 전략담당을 맡고 있던 김형진 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은행 인사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반면 KB금융은 핵심 경영진의 이력에서 '인사 담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윤 회장은 은행 재무전략본부 부행장과 지주 CFO를 지냈다. 지난해부터 KB카드를 맡고 있는 윤웅원 KB카드 사장 역시 은행 재무관리본부장, 지주 CFO를 지낸 재무통이다.
이런 출신의 차이가 경영적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재무통이 중심인 KB금융의 경영진은 비은행 강화가 필요하다는 금융산업의 흐름을 읽고 베팅했다. 경쟁사 대비 훨씬 넉넉하게 관리해온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베팅'을 가능하게 했다. 지난 3년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3건이나 성사시키고도 KB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5.5%(지난해 9월말 기준)에 불과하다. 아직 4조원이 넘는 자회사 출자 여력이 남아있다.
인사부의 힘이 큰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관련 보직을 지낸 인물들은 전통적으로 조직의 화합과 단결을 통한 성과를 경영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정 부문 전문가 양성보다는 순환보직으로 '제네럴리스트 인재'를 양성한다는 평가도 있다.
'은행 기획 출신'들의 한계도 회자된다. 신한금융의 주요 경영진 상당수도 전략부서인 기획부를 거쳤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 내 기획부로, 지주에서 그룹 단위의 전략기획을 해본 경력을 갖춘 이는 많지 않다. 이런 차이가 신한금융이 '비은행 강화'라는 흐름을 놓친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여전히 은행 인사·기획 출신 인사들이 핵심 경영진을 맡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신한금융의 수성 전략은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재빠르게 추격해오는 KB금융을 따돌리고 '초(超) 격차 리딩뱅크'로 가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두 그룹 모두 순혈주의는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의 경우 주요 계열사 중 단 1곳, KB금융의 경우 2곳의 수장이 외부 전문가로 채워져있다. 은행에서 성장한 인재를 '돌려막기'식으로 배치하는 건 글로벌을 지향하는 국내 리딩뱅크가 지양할 인사구조라는 평가가 많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 마디로 지금의 상황은 한동우 전 회장과 윤종규 회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 전 회장과 관련된 평판 중에서는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만 따뜻한 금융'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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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