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크래프톤...중국발 악재에 공모 흥행 참패
입력 2021.08.04 07:00
    같은 날 청약 진행 특례상장 기업보다도 증거금 적어
    매출 중국 의존도 높아...중국발 악재에 직접적 타격
    청약 저조로 균등배정 중복 청약시 12주 안팎 배정 전망
    • 크래프톤 기업공개(IPO) 일반공모 청약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올해 최대어 중 하나로 큰 관심이 쏠렸지만,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코스닥 벤처기업보다도 청약증거금이 적게 들어왔다.

      핵심 배경으로는 중국발 악재가 꼽힌다. 이날 한 중국매체에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담긴 기사가 게재되며 텐센트를 비롯, 중국과 한국의 게임 관련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오후 들어 게임주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지만, 한 번 사그라든 크래프톤 흥행 열기는 되살아나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3일까지 이틀간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청약 결과 오후 4시 기준 약 5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모였다. 청약경쟁률은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기준 10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 전 공모를 진행한 카카오뱅크는 청약경쟁률 179대 1, 청약증거금 58조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의 공모 일정은 성장성 특례로 상장에 나선 벤처기업 원티드랩과 겹쳤다. 원티드랩의 청약증거금은 약 5조5300억원으로 크래프톤을 앞섰다. 원티드랩의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600억여원으로, 공모가 기준 약 24조원인 크래프톤과 비교해 덩치가 14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3일 오전 HK이노엔 청약에 참여했던 29조원의 청약증거금이 일제히 환급됐다. HK이노엔 청약 첫 날인 지난달 29일 기준 증권사 고객 예탁금은 75조원에 달했다. 

      크래프톤 청약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악재의 시초는 중국 경제참고보였다. 중국 정부의 기관지 중 하나인 이 매체는 이날 오전 '게임산업은 정신적 아편과 같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미성년 학생의 온라인 게임 중독현상이 심각하며, 건강한 성장에도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사교육 시장에 이어 중국 정부의 생활 관련 규제가 더 강해진다는 의미로 시장에 받아들여졌다. 중국 증시가 열리자마자 게임산업 대장주인 텐센트의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중국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급등했던 국내 게임주 역시 비슷한 영향을 받았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핵심 매출처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 중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크래프톤은 설명회(IR)를 통해 '엔드유저'(최종 게임 소비자) 기준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50% 수준이며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사 중 넥슨만큼 중국 의존도가 크다는 점은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가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크래프톤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이미 중국 등 한국 제외 아시아 비중은 매출의 50%를 넘었다"며 "인도 등으로 매출처 다변화를 이제 시작한 상황에서 중국 내 게임 규제가 심해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참고보의 해당 기사는 오후 들어 돌연 삭제됐다. 이후 텐센트 등 중국과 국내 게임주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11% 가까이 급락했던 텐센트 주가는 장중 마이너스(-) 5%까지 하락폭을 줄이기도 했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크래프톤의 공모 흥행에는 치명타가 됐다. 오후 들어 일부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엔 '크래프톤 청약을 철회했다'는 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이에 호응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에선 크래프톤 주식 매수 호가가 공모가보다도 낮은 47만원까지 뚝 떨어졌다. 이전 매수 호가 대비 6만원이나 낮아진 금액이다.

      청약을 받은 국내 증권사 3곳에 모두 균등배정 물량을 신청했을 경우 예상 배정 주식수는 12주 안팎에 달한다. 청약율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온 까닭으로 분석된다. 이는 신규 상장 당일 물량부담(오버행) 이슈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작동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의 대형 공모주는 균등배정만으로는 1주도 받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비례물량까지 노리는 '풀 베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균등배정 신청만으로 10주, 500만원 이상의 물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해 청약을 넣는 투자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