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ㆍ내수 동반 부진...실적 컨센서스 눈높이 조정 진행 중
펀더멘탈 약한데 요동치는 매크로 변수...변동성 커진 증시
美 기준금리 인하 시점 중요...이ㆍ팔 분쟁 확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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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금리ㆍ고환율ㆍ고유가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매크로 변수에 자본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믿을 건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 뿐이지만,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상저하고'를 외쳤던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기준금리 인하ㆍ시중금리 하락이라는 대전제가 빗나간데다 중동 분쟁 확대 가능성이라는 암초를 마주하며 잇따라 증시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상황이다. 결국 증시의 키를 쥔 건 미국의 경기하락과 그에 따른 긴축완화 시작 시점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1조8000억원을 20% 이상 넘어선 '어닝서프라이즈'였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날 호실적을 발표하며 이차전지주에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온기가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3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월 이후 6.3% 하향 조정됐다. 4분기 컨센서스 역시 6% 가까운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2023년 코스피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7월 이후 5.3%, 연초 이후 21%나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긴축과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수출이 부진한데다, 고금리 및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까지 동반 침체하며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눈높이 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1.5% 하락했고, 소매판매는 3.6% 줄었다. 그러나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대비 0.1% 상승한 수준으로, 여전히 과대평가 돼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3분기 실적에는 꾸준히 상승해 온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실적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6월 상승장에 부랴부랴 올렸던 코스피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지난 6월 하반기 코스피 최고점을 3000으로 제시했던 DB금융투자는 4분기 코스피 고점을 2800으로 하향했다. 4분기에 전고점을 재돌파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대부분 사라지고, 2400~2700사이 좁은 박스권 전망이 대세가 됐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연초엔 상저하고였다가 상고하고로 뷰를 바꾸더니, 하반기엔 박스권 장세가 대세론이 됐다"며 "기대했던 반도체 업황 및 수출 회복이 생각보다 더뎌지며 국내 펀더멘털이 그리 좋지 않은데다, 고금리 장기화(higer for longer)ㆍ중동 분쟁 등 매크로 변수도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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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뿌리를 받쳐줘야할 기업 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황에서 각종 비우호적 매크로 변수가 불거지며 국내 자본시장은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8월 이후 지난 16일까지 7.4%(196.34포인트) 하락했고,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긴축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0월에 이어 1년만에 다시 4.2%를 돌파했다. 강(强)달러 지속으로 인해 원달러환율 역시 9월 중순 이후 1350원선 이상에서 시세가 형성된 상태다.
국내 증시가 외부 변수에 극단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지난 4일이었다. 이날 새벽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8월 미국 민간기업 구인건수는 961만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880만건을 크게 웃돌며, 코스피 지수가 2.4% 폭락한 것이다. '강한 고용=탄탄한 미국 경기=기준금리 인하 시점 연기'로 해석되며 외국인 및 기관 자금이 일시에 이탈했다.
바로 다음날 공개된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 보고서는 이와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9월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8만9000개 늘어나는데 그치며 전망치(16만개)를 크게 밑돌았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1% 이상 반등하다, 장 막판 기관 매물에 밀려 보합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국내 증시 및 채권시장이 이전 대비 안정을 되찾은 것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잇딴 비둘기파적인 발언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채 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70%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말 40%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할지의 여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번 분쟁이 미국과 이란까지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할경우 국제 유가는 현 수준보다 70% 가량 높은 배럴당 15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고,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평균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을 잡기는 더욱 요원해지고, 금융 긴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키로 하며 금융시장이 잠시 안정세를 되찾기도 했지만, 이날 새벽 팔레스타인 민간 병원이 폭격을 당하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치솟는 등 불안함이 연출됐다.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견을 취소하며 외교적 해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장기전도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격멸에 최소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글로벌 경기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전략담당 연구원은 "실적 면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황의 반등 시점이, 매크로 면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상반기일지 연말일지가 중요해졌다"며 "최근 미국의 소비 및 서비스업 업황 침체 징후가 뚜렷한데다 초과저축도 대부분 소진됐다는 데이터가 보이는만큼 전쟁으로 인한 변수만 잘 정리된다면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