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익 컨센서스 밑돌아...5%대 하락
실적 좋았던 현대차ㆍ삼성바이오 등은 주가 흐름 양호
"기대와 실적 간 괴리에 따른 변동성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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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하루만에 3% 가까이 급락했다.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2300선이 깨졌다. 이차전지 실적 충격에 이어 인공지능(AI) 부문 실적 기대감까지 꺾이며 국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ㆍ이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가 모두 약세를 보인 까닭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선ㆍ현물 동반 매도세가 하락장을 이끌었다. 하락장 중에서도 호실적을 낸 현대자동차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들어온 가운데, 기대와 실적의 괴리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1%(64.09포인트) 하락한 2299.08로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 집중 매도세에 장중 잠시 2300선을 내줬던 코스피는 장 마감을 앞두고 2310선까지 회복했지만, 마감 동시호가에 매도세가 다시 몰리며 결국 종가 저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3.5% 하락해 740대 초반까지 밀렸다.
코스피 기준 하락 종목 수(838개)가 상승 종목 수(82개)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전반적인 약세장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날 하루에만 현물 4780억원, 선물 3430억원 등 약 80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장중 1360원선을 터치하며 지난달 27일 이후 한 달만에 다시 연중 최고치에 다가섰다.
국내 증시 하락세는 전일 2.4% 급락한 미국 나스닥 시장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지시간 25일 나스닥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테슬라 실적 발표가 이차전지에 대한 실적 우려를 낳은 데 이어, 알파벳(구글) 실적 발표가 AI 부문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이날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 부문 매출(84억달러)이 시장전망치(86억달러)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실적발표 이후 알파벳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고 AI 관련주인 아마존(-5.6%), 엔비디아(-4.3%) 등이 동반 급락했다.
이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실적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1% 급락했다. 그 여파는 국내 반도체주에도 곧바로 밀어닥쳤다. 삼성전자가 1.9%, SK하이닉스가 5.9% 하락하며 지수에 큰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디램 부문의 흑자 전환 소식에도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대비 아쉬운 숫자를 내놓으며 하락폭이 커졌다. 실적발표 전 증권가에서는 3분기 SK하이닉스 영업적자 폭이 1조7000억원을 밑돌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발표된 영업적자 규모는 1조7900억원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경쟁력이 우수하고 전망도 밝다는 판단에 국내 기관들은 투신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매수했지만,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서 주가가 5% 이상 급락했다"며 "전날인 25일 미국 상무부가 엔비디아에 저사양 AI칩인 'A800ㆍH800 수출 통제를 즉시 시작하겠다'고 통보한 게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실적 발표 이후 약세를 보였던 이차전지주들은 25일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발표 이후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2.4% 추가 하락했고,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10%, 9% 하락하며 최근 2주 사이 30%에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이날 주요 대형주 주가는 실적의 방향성에 따라 표정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올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내놓은 삼성바이로로직스는 급락장 속에서도 나홀로 1%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도 1%대 하락세를 보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3조8200억원으로 컨센서스(3조6100억원)를 넘어서며 장중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와 유가,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세를 띄며 매크로 환경 변화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수급 균형이 무너진 상황이라 지수의 변동성도 크게 나타났다"며 "실적이 나오는 종목들은 주가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는만큼, 실적 시즌이 진행될 내달 초까지는 기대와 실제의 괴리에서 오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