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희망가 밴드 조정 후에도 에코프로 등 20% 급락
"밴드 재산정 이후 이차전지 하락분 추가 반영해야" 목소리
에코프로비엠 실적 영향 커...'주가 변동 리스크'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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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바닥 없이 급락하며 기업공개(IPO) 공모 절차를 앞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에 미칠 영향에 증권가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발표 이후 이차전지 산업 자체의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동종업계의 예전 주가에 기반한 공모희망가 밴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KODEX 2차전지산업 ETF(상장지수펀드)는 전일 대비 5.77% 하락한 1만97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7.5%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최근 7거래일간 18% 폭락했다. 지난 7월말 장중 한때 4만920원에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최고가 대비 하락률은 51%에 이른다.
8월말 시작된 국내 이차전지주들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미국 테슬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잠시 반등하는 듯 했지만, 테슬라가 '어닝 쇼크'에 가까운 숫자를 내놓으며 하락세에 다시 불이 붙었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발표는 이차전지 전방 시장과 향후 전망이 만만치 않다는 '선고'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동반 침체에 빠짐에 따라, IPO 수요예측을 앞둔 에코프로머티에 대한 국내 기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머티가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9월말까지만 해도 '일단 물량은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였지만, 이후 한달 간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상대적으로 비싸보인다', '수익을 내기 만만찮다'는 부정적 의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당장 공모희망가 밴드에 대한 불만에 불이 붙었다.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8~9월 이차전지주 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던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공모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기준)을 산정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에서 정정 요구를 통해 10월 10일까지의 주가를 반영, 밸류에이션을 다시 진행했다. 그 결과 공모희망가 밴드 상단이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일부 조정됐다.
에코프로머티가 공모가 산정에 반영한 국내 동종기업은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총 3곳이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에코프로머티가 공모희망가 밴드를 재산정한 이후 각각 9~20% 추가 하락했다. 에코프로그룹 대장주격인 에코프로는 10일 이후 주가가 21% 하락했고, 에코프로머티와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같은 기간 10% 떨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공모희망가 밴드 재산정 이후 이차전지주 주가가 10~20%가량 떨어졌는데 공모가에 이를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증시 분위기로 보면 이차전지주의 하락세가 쉽게 잡힐 것 같지 않은데, 보호예수(락업)까지 고려하면 밴드 하단으로 물량을 받더라도 수익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역은 "이전의 공모희망가 밴드 조절은 실질적으로 공모가를 내린 것도 아니었다"며 "워낙 빅딜이다보니 아직까지 실무진들은 무조건 참여는 해야 한다 분위기지만, 밴드 하단에 실수요만 제출하자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 상장 공모주 주가는 상장 당일 증시의 분위기는 물론, 동종업계의 주가 추이를 따라가는 경향성을 보인다. 국내 이차전지주 주가 하락은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나타난 중장기 추이인만큼, 기술적 반등을 제외하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일 거란 전망이 많다.
에코프로머티의 수요예측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진행된다. 공모 청약은 내달 8~9일로 예정돼있다. 13일 납입을 거쳐 20일 전후 상장을 완료하게 된다. 이번 공모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경우 최소 일주일, 기관의 경우 수요예측 시점부터 대략 2주 가까이 '이차전지 주가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다.
이 기간 에코프로머티의 '전방업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추가 하락하거나 실적 전망이 꺾일 수 있다는 점이 수요예측을 앞둔 기관들의 최대 고민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에코프로비엠 수주만 잘 받아와도 실적 가이던스가 꺾일 일은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반대로 에코프로비엠의 수요가 꺾이면 에코프로머티도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슈"라고 지적했다.
한 중소 자산운용사 대표는 "에코프로머티의 경우 매출이 대부분 에코프로비엠에서 나오는 회사이기 때문에 에코프로비엠이 두 번 상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관보단 개인이 좋아할 주식이고, 일단 상단 미확약으로 물량을 받은 뒤 상장일 시초가에 전부 던지고 나온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