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서비스 IPO를 완주할 수 있을까?
입력 2023.11.08 07:00
    올해 12월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 계획
    세 번의 상장 추진한 현대오일뱅크
    현대삼호중공업도 IPO 철회
    HD현대글로벌서비스 IPO, 결국 중복상장 논란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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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D현대는 자회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다. 조선업의 호황에 힘입어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과거 HD현대그룹은 오일뱅크 상장을 세 번 추진 했지만 모두 무산됐고, 최근 현대삼호중공업의 IPO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 그리고 중복상장 논란이 배경이었다.

      증시의 활황세가 꺾인 상황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 IPO에 나선다면 중복상장에 대한 논란이 또한번 불거질 여지가 남아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IPO가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되는 거래가 될지도 단언하기 어렵단 평가도 있다.

      HD현대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12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UBS·JP모건, 공동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HD현대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의 AS(애프터 서비스)사업부가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선박 개·보수가 주요 사업이다. 최근에는 오래된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해주는 레트로피트(retrofit) 사업 등 친환경 고부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고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IPO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글로비스는 설립 첫 해를 제외하고 매년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2300선까지 내려앉은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나마 공모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단 점은 기대해 볼 만하다. 올해 IPO 대어로 꼽혔던 서울보증보험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상대적으로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부각할 가능성도 있다.

      상장 과정에서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가장 먼저 직면할 문제는 '중복상장' 논란으로 보인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꾸준히 실적을 올리는 '알짜 자회사'인 만큼 HD현대 저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지주사는 자회사 실적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매기는데, 자회사가 상장하면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 계산되는 걸 우려해 지주사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현대는 앞서 일명 '쪼개기 상장'으로 주식 저평가 논란에 여러번 시달린 바 있다.

      2019년 상장사였던 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중간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2021년 비상장사로 남은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이 다시 상장에 나서면서 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11%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추진된 HD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은 결국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7년 7월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조건으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상장전 지분투자(Pre-IPO)를 체결하면서 2022년까지 IPO를 약속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월 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다만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경우, 사업이 분할된 지 7년이 지나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비교적 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수익을 잘 내는 비상장사인 만큼 HD현대의 이중 상장 문제를 부정할 순 없지만,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사업부만 떼서 상장하는 게 아니고 이미 2016년에 분할한 회사이기 때문에 주주 반발이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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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 과정에서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분 38%(1520만 주)를 보유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엑시트(자금 회수)에 나설지 여부는 지켜봐야한다. 현재 HD현대그룹은 구주 매출 없이 100%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KKR이 구주 매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KKR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상장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지속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KKR은 2021년 프리IPO 형식으로 약 65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는데, 투자 유치 이후 외형이 꾸준히 성장하며 상장 후 시가총액이 최대 4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는 경영권 승계다.

      정기선 사장은 HD현대의 2대주주로 5.26%(415만5485주)의 지분을,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은 26.6%(2101만1330주)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정몽준 이사장의 HD현대 지분 가치는 약 1조2000억원 규모다. 

      정기선 사장이 상속 재원을 마련할 방안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상 HD현대 배당으로 상속재원을 마련해, 정몽준 이사장의 HD현대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지주사인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와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배당에 의존해왔다. 정기선 사장이 HD현대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지난 5년간 약 760억원이다. 

      배당금 규모만 놓고 봤을 땐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이 정기선 사장이 배당을 통한 현금 마련에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 이후 HD현대의 지분율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HD현대가 수취할 수 있는 배당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배당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상장이 정기선 사장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