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은 '배상'부터 거듭 압박하는 모양새
"자율배상하면 제재 감경" 뜻 밝혀 은행권 더욱 '난감'
위규 밝혀지지 않았는데 선지급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간 금융당국 칼날과 거리있던 KB·NH가 타깃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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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금융사들에 연일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금감원의 조사가 일주일가량 재연장되며 검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제때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가 큰 은행권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위규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배상금을 선지급하게 되면 이사회 혹은 경영진 입장에선 배임일 수 있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자율배상' 압박을 모른척할 수도 없다. 특히 그간 금융당국의 칼날에서 비껴있었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단 관측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현장검사를 일주일 재연장한다.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신한 등 증권사 6곳에 대한 ELS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2월을 끝으로 검사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ELS 판매사들에 연일 자율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선 자율배상안을 시행하면 제재 감경사유로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자율배상을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업계안팎에선 금감원이 제대로 불완전판매를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일괄적인 배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기조가 관찰되는 가운데 불완전판매 정도가 미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적절차를 통한 손해배상 규모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연일 자율배상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권은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자율배상을 하게 되면 불완전판매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미리 지급한 비용이 투자자들 입장에서 '과도하다'라고 한다면 배임문제로 번질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불완전판매 여부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에 대해 선지급 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배임의 소지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입장이 일관적이어서 의사결정을 못하고 계속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금융사고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근심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ELS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단 설명이다. 본사 차원에서 내부통제 결함이 발견되면 중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NH농협은행의 전·현직 임원에 대해 조사중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보수적인 판매전략으로 DLF사태, 사모펀드 대란을 모두 피했고 NH농협은행은 사모펀드 상품을 팔긴했으나 규모가 작아 타행 대비 타격이 적었다. 이런 점 때문에 오히려 이번 검사에서 타깃이 될 수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다음달 9일 전후로 발표될 ELS 책임분담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책임분담안에는 불완전판매 사례와 배상 기준, 제재 수위 등이 담겨질 전망이다. 당국이 가진 방향성이 발표되면 은행권은 이를 토대로 배상 가능성, 배임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감원 검사가 연장되며 책임분담안 발표가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초안이 어느정도 완성됐다고는 하지만 금감원 검사가 마무리되고 세부적인 내용이 조율된 상태에서 배상아니 발표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