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기 장고 SK그룹, SK스퀘어 거래는 시간 찍어놓고 독려
입력 2024.05.17 07:00
    배터리 조정 주목했지만 최근 숨고르기
    그룹서 조정 독려하는 SK스퀘어는 분주
    웨이브 등은 기한 정해 성사 주문하기도
    SK스퀘어도 반도체 흐름 편승 자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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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배터리 사업 개선 방안 고민을 이어가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에 비해 SK스퀘어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큰 득이 되지 않으면서 재무·평판 위험을 불러온 사업들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라는 압박을 그룹에서 받고 있다. SK스퀘어는 그룹의 다른 중요 축인 반도체 사업을 아우르고 있는 만큼 관련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자금도 필요한 상황이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 전략 컨설팅을 맡겼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가 그룹을 짓누르자 본격적으로 사업 조정 검토에 나선 것이다. 그룹 안팎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오르내리지만 가치사슬(밸류체인)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방향을 정하기 쉽지 않다.

      연초엔 ‘배터리 셀’ 외에는 모두 시장에 내놓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사업 조정 폭을 두고 신중하게 고심하고 있다. 컨설팅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다음달 확대경영회의 이후에야 그룹의 청사진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배터리 사업 전반과 달리 SK스퀘어의 사업조정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말 이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가장 눈여겨 본 계열사 중 하나가 SK스퀘어다. 회사 거래 중 일부는 종결 시한까지 정해 성과를 내라 독려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 고위층에서 시간을 정해두고 거래를 끝내라 강조하고 있어 SK스퀘어 경영진과 임원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OTT 콘텐츠웨이브(Wavve)와 티빙(TVING)의 합병이 가시화하고 있다. 양사는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겨루기를 이어왔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탓에 협상이 빈손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시각차를 좁혔다.

      상대적으로 여유있던 티빙은 올해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까지 확보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여기에 최대한 거래를 앞당기고자 하는 SK스퀘어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콘텐츠웨이브 투자자의 회수 문제도 SK스퀘어가 최대한 잡음없이 처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웨이브와 티빙 합병은 상반기 중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연내 거래를 종결하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티빙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했지만 거래를 빨리 마치려는 SK스퀘어의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는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11번가는 2021년 초 바로고 우선주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별다른 시너지 효과가 없자 작년부터 이 지분을 매물로 내놨는데 시장과 시각차만 확인했다. 올해 다시 SKS PE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로고 소수지분 매각은 11번가보다는 SK스퀘어에서 비핵심자산을 빨리 정리하라 독려해 진행되고 있다”며 “작년 시장과 시각차를 확인했기 때문에 올해 다시 몸값을 낮춰 내놨는데 거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1번가 매각은 SK스퀘어에서 재무적투자자(FI)로 주도권이 넘어가 있다. SK스퀘어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사안이 정리되길 바라지만 결과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회사는 작년 11번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FI와 적극 소통해 왔고, 매각 성사를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파장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SK스퀘어가 사업조정에 적극 나서는 것은 그룹의 사업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 시점 그룹에서 그나마 성과를 내는 것은 반도체(SK하이닉스)고, 그에 대한 접근 통로가 SK스퀘어다. ICT(정보통신기술)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겠다는 계획은 실효가 없었던 만큼 반도체에 대한 영향력과 기여도를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SK스퀘어 입장에선 빨리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 생태계에 올라탈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장의 회수 수익률보다는 투자금을 앞당겨 마련하는 것이 중요 과제다. 회사는 지난달 크래프톤 지분 2.2%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아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의 덕을 볼 수 있는 반도체 관련 포트폴리오 기업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자산이든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