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퍼미라·GS리테일 '합작품' 요기요의 예견된 추락
입력 2024.06.10 07:00
    취재노트
    8000억 들인 요기요…3년만에 3위로
    이용자수 쿠팡이츠에 밀려, 순손실만 4800억
    잘나가는 운용사들 공동경영 폐혜 고스란히
    신사업 투자 낙제…GS리테일 시너지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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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때는 부동의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아성을 위협할 것 같던 요기요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굴지의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국내 대기업이 손잡고 수천억원을 투자해 성장을 자신했던만큼 요기요의 뒷걸음질은 더 눈에 띌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만 두고 본다면 요기요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의 경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배달의민족에 이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요기요는 올 들어 쿠팡이츠에 그 자리도 내줬다. 

      지난해엔 영업적자 655억원, 순손실 484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해 지난해 말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요기요(위대한상상)의 지분 30%를 보유한 GS리테일은 올해 1분기 장부가를 100억원가량 상각했다. 배달의민족의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 후발주자 쿠팡이츠 또한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요기요의 전략 실패란 말도 무리가 없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영국계 PEF운용사 퍼미라, GS리테일이 손잡고 요기요의 경영권을 인수한 시점은 2021년. 총 인수금액은 8000억원, GS리테일이 2400억원을 투입했다. 3사의 공동경영이 시작한지 정확히 3년만에 요기요는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최근엔 hy가 업계 최저수수료로 배달앱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기존 업체들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기요의 추락은 소위 '잘 나가는' 운용사 그리고 대기업 간 공동경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어피너티와 퍼미라가 요기요에 주주배정 증자 방식으로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는 과정에선 GS리테일이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가처분을 신청하면서까지 맞섰는데 결국 법원은 재무적투자자(FI)의 손을 들어줬다. 

      말로만 전해지던 주주사간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셈이다. 사실 요기요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는 주주사간의 갈등을 시사해 왔다. 요기요는 주주사들이 번갈아가며 대표이사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5월 취임한 서성원 대표이사는 1년 반만에 물러났다. 신임대표에 오른 이정환 대표이사는 2개월 만에 교체됐다. 사업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이사들이 연이어 중도하차하며 요기요의 위기설에 불이 붙었다.

      3사의 공동경영체제가 앞으로 체계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한 때는 화려했고 또 업계의 교과서처럼 회자되던 어피너티는 이제 업계 '빌런'으로 여겨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의 경업금지 위반소송, 신한금융지주 블록딜, 버거킹 와퍼 중단 광고, 락앤락 공개매수 논란 등 불과 1년새 포트폴리오를 통한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핵심 인사들이 이미 대거 이탈했다. 

      글로벌 운용자산(AUM) 100조원이 넘는 퍼미라는 국내 활동이 뜸하다. 주요 M&A 거래에선 2021년(요기요, 잡코리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한국 시장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투자, 관리에 나서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인 GS리테일의 역할도 모호하다. 쿠캣, 어바웃펫, 펫프렌즈 등 신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규모 투자였던 요기요의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 이제껏 GS리테일과 요기요의 온·오프 시너지(?) 효과를 증명하지도 못했는데 그렇다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뚜렷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