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잇딴 후순위채 발행...PF채권 투자 기회 엿보나
입력 2024.06.11 07:00
    증권사들 후순위채 발행 시동
    부동산PF 등 자본확충 필요성
    하반기 NPL 담을 준비라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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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등 리스크 지표를 관리하라고 주문하는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선 하반기 본격적으로 나올 부실채권에 투자하기 위한 채비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을 비롯해 주요 증권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31일 약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오는 14일 약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하나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등도 잠재적인 후순위채 발행 증권사로 꼽힌다. 

      최근 금융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빈번해지면서 선제적으로 자본건전성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하나증권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또 다올투자증권 역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춰졌다. 

      부동산PF 등 부실 우려가 잔존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충당금 규모는 위험노출액에 못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탓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정된 부동산PF 관련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2분기부터 관련 손실을 입을 증권사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하나증권 역시 지금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의 자본지원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유상증자가 자본건전성 개선에 확실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하나금융지주 역시 하나증권 지원에 나서기보단 자체적인 실탄 축적에 힘쓰고 있다. 금융권 지주사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비율 관리에 나서면서 계열사 실탄 지원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평이다. 향후 헐값에 나올 인수합병 매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은 자본건전성 관리가 ‘발등의 불’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증권사들이 자본확충 이후 투자 기회를 모색하려는 게 아니겠느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부실채권(NPL) 물량이 쌓인 데다 하반기 부동산 부문에서 추가 NPL 물량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지난 4월말 기준 NPL 매각규모는 약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작년 한 해 5조5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세다. 메리츠증권이 지난달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조성에 나서는 등 증권사들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올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ㆍ자산관리(WM)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금융(IB)부문의 수익 감소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리스크 자산인 부실채권 시장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들도 속속 NPL 투자 시장에 출자를 준비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절 풀렸던 유동자금중 고금리 시기를 지나면서도 충분히 회수되지 못한 규모가 생각보다 꽤 많다”라며 “대기자금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좋은 매물이 못 버티고 시장에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투자사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