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기피하고 대형 PE 선호하는 LP들
'사후적 매칭' 열어뒀지만 펀드레이징 어려워
남은 혜택은 증권거래세 면제뿐이란 불만도
출자 기근에 캠코 펀드 '패스'하기 어렵단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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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출자 기근이 심화하면서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사실상 유일한 앵커 LP로 꼽고 있다. 이에 캠코의 핵심 출자 사업인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투자 조건이 까다롭고 펀드레이징이 어렵다는 걸림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캠코 펀드에 도전하는 중소형 운용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앵커 LP 중 루키 리그를 선정하는 곳은 사실상 캠코밖에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교직원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 군인공제회 등이 루키리그를 운영했지만 작년 루키 리그 출자사업을 진행한 기관은 캠코가 유일했다. 올해 하반기 출자사업을 앞둔 노란우산공제도 루키 리그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출자 금액이 크지 않아 앵커 LP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펀드레이징 빙하기가 이어지는 시기에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특히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PF 리스크 등으로 인해 LP들의 보수적 투자 기조가 강해지며 트랙레코드가 탄탄한 대형 운용사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운용사들이 도전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루키 리그와 일반 리그(소형/중형)으로 선정해 통상적으로 중소형 운용사들의 리그로 불린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조건을 고려해 '사후적 매칭'이 가능하다. 사후적 매칭이란 자금모집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펀드결성 이후 민간자금의 최소 매칭요건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위탁운용사는 투자기간인 5년이 끝나기 전 매칭을 완료해야 한다. 작년 6월 위탁운용사 선정을 완료한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의 경우 운용사 5곳 중 2곳이 사후적 매칭을 신청해 매칭 자금을 모집 중이다.
사후적 매칭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는 존재하지만 '망가진' 기업에 투자한다는 목적이 뚜렷하다보니 여전히 매칭 자금을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매칭자금을 대는 금융사들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길 꺼리며 펀드레이징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진다. 운용사들은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모을 때 앵커 투자자에 대규모 출자금을 받은 뒤 은행이나 증권사 캐피탈사 등 금융사에서 매칭 자금을 모은다. 지난해부터 금융사들은 바젤3 도입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중요해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LP들의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변했는데, 투자 대상이 회생·워크아웃 기업이라 하면 투자하기 꺼려한다"며 "LP들은 아직 구조조정 투자에 대한 수익률 검증이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기업구조혁신펀드) 출자를 후순위로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용사들 사이선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 혜택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단 얘기도 나온다. 2021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이전엔 구조조정이 주목적인 펀드에 한해 대출형 투자가 가능했는데 개정 이후 모든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출형 펀드 조성 및 운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운용하면 경영참여형이 아닌 단순 대출이나 이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업구조혁신펀드만의 장점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도 여전히 기업구조혁신펀드에 도전하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진행된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의 경우 일반 리그 3곳과 루키 리그 2곳을 선정하는데 16곳과 11곳의 운용사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올해 기업구조혁신펀드 5호의 경우 일반 리그 4곳 선정에 10곳이, 루키 리그 2곳 선정에 4개 운용사가 도전했다.
기업구조조정펀드에 지원한 운용사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투자하기 까다로운 분야라 하우스 안에 구조조정을 경험한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 데다 펀드레이징도 어렵지만, 지금은 워낙 출자 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시기라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며 "사실상 중소형 운용사 입장에서 앵커 투자자는 캠코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