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로덕츠·SK스페셜티 5조 인수금융 놓고 금융사 눈치싸움 한창
입력 2024.09.10 07:00
    최대 5조 규모 인수금융 수요…금융사 협력 필수
    KKR 등 시중銀 선점 행보에도…정식 계약 체결 전
    증권사들도 후보군 물색하며 공격적 영업 계획中
    간만에 공급자 우위 시장…될 만한 곳과 손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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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 각각 예상 몸값만 4조원을 넘기는 인수합병(M&A) 거래를 두고 금융사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누가 인수하건 둘 모두 조 단위 인수금융을 일으켜야 하는데, 거래 특성상 아직 정식으로 주선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단계다. 원매자마다 일찌감치 금융사를 선점하려 나섰지만 출자확약서(LOC)를 확보하기까진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13일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 예비입찰을 앞두고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시중은행과 증권사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양사 모두 최대 몸값이 5조원까지 거론될 정도로 주목도가 높은 터라 입찰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대출을 주선할 금융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KKR의 경우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시중은행 4곳과 소통하며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과거 산업용가스 업체 거래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만큼 현재로선 가장 의지가 큰 원매자로 꼽힌다. 거래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을 최대한 확보해두려 시중은행부터 선점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쟁사들의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KKR 역시 LOC를 확보한 단계는 아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측은 이번 거래에서 적격후보(숏리스트)를 추리기 전까지 인수금융 주선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걸어뒀다. 경쟁을 부추겨 매각가를 극대화하려면 참여자 전반에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각 금융사마다 주선할 수 있는 자금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각 측에선 특정 후보가 금융사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막을 필요가 있다"라며 "KKR 외에도 여러 펀드에서 문의가 오고 있고, 아직까진 각사마다 대출 여건을 따져보는 단계 정도"라고 설명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동시에 진행 중인 SK스페셜티 거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정식으로 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수금융 진용도 꾸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군마다 관계가 두터운 주선사와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들도 이를 감안해 인수 후보군 물색에 분주한 분위기다. 전방 M&A 시장에 거래가 부족할 때는 운용사들이 여러 금융사를 상대로 저울질(텀 쇼핑)에 나서지만 간만에 공급자 우위 시장이 마련됐다. 당장은 유력 후보군들이 영업자본이 풍부한 시중은행을 선호하더라도 LOC를 확보해야 하는 단계에선 증권사에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 한 임원은 "매물 두 곳을 합치면 필요한 인수금융 수요만 5조원에 달할 수 있어 지금은 비교적 느슨한 분위기로 상황을 살피고 있다"라며 "각 거래에서 후보군이 좁혀지면 증권사 역시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영업전에 뛰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최근 M&A 시장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매물인 점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산업용가스나 특수가스 모두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인프라성 자산이라 PEF는 물론 대기업(SI)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고, 출자자(LP)들의 선호도도 높다. 인수금융 주선사 입장에선 대상 자산의 담보가치가 높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도 부담이 덜하다는 얘기다. 기왕이면 거래를 완주할 가능성이 높은 곳과 손을 맞잡아야 확실한 실적을 쌓을 수 있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현재 자금 모집이 어려운 환경이라 해도 인프라자산에 대해선 LP들의 참여 의지가 높아서 후보군들이 어떤 형태로든 조달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곳도 막판에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고 PEF에 비해 회수 여건에서 자유로운 SI의 참전 여부도 변수"라고 전했다. 

      어느 쪽이건 단숨에 조 단위 주선 실적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막판까지 주선사들 사이 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규모가 커서 최종적으로는 시중은행·증권사들이 십시일반 나눠 부담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하반기 시장 지형이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