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엔텍 이어 에코비트까지 PE 복귀는 늘어나
결국 인기 많은 인프라성 자산…IB들도 귀 쫑긋
-
국내 폐기물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공교롭게도 폐기물 시장에서 SK에코플랜트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복귀하는 시점과 겹친다. 업계 내에서도 역량을 갖춘 PE들을 반기는 분위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관련 거래가 늘어날 거란 관측이 나온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에코비트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추가 자금 모집에 돌입했다. IMM컨소시엄이 이번 거래를 위해 9개월 내 공동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증권사로부터 30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차입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선 폐기물 업체가 대출을 주선하는 금융사나 출자자(LP) 사이에서 안정적 투자처로 받아들여지는 장면으로 통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에코비트 자체의 현금흐름도 좋고 LP들 역시 폐기물 산업에 대한 선호도가 좋기 때문에 이 같은 조달 구조를 짤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라며 "작년 이후 재개된 폐기물 M&A 대부분이 무리 없이 거래가 마무리됐다"라고 설명했다.
에코비트 직전엔 EQT파트너스가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인 KJ환경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상반기 산업폐기물 매립장 업체 제이엔텍 인수에 나선 어펄마캐피탈과 더함파트너스도 거래 종결을 앞두고 있다. 폐기물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PE들이 속속 복귀하는 모습이다.
투자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이 최근 SK에코플랜트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종합환경기업으로 탈바꿈하며 늘어난 재무 부담 탓에 그룹 계열사와 합병에 나서면서 폐기물 산업 내 존재감이 다소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국내 폐기물 산업은 크게 두 시기로 구분돼 왔다. PE들의 진출이 본격화하며 숨은 부가가치가 조명 받기 시작한 2010년대와 SK에코플랜트가 등장한 2020년대 이후이다. SK에코플랜트는 첫 M&A에 나선 지 2년도 안 돼 10여개에 달하는 폐기물 사업장을 인수했다. 이후로 국내 폐기물 시장은 SK에코플랜트를 통해 대형화·고부가가치화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 등장 시점을 정점으로 폐기물 시장 성장세도 주춤했고, 처리단가가 줄어들며 수익성도 꺾이기 시작했다. 결국 상반기 중 폐기물 시장 진출을 주도한 리더십도 교체됐다. 차입을 늘려 볼트온(bolt-on) 전략을 펼치자마자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도 한 몫 했겠지만, 역량을 갖추기도 전에 속도전을 펼친 부작용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이전에 폐기물 산업에 진출하던 대기업(SI)들은 전부 노하우를 축적한 PE와 컨소시엄을 꾸렸었다"라며 "SK에코플랜트는 단독으로 진출하면서 단기간 내 10여 개 업체를 인수한 탓에 운영 노하우를 쌓을 시간이 부족했다. 실제로 PE 손을 거쳐 넘어간 사업장에서 부실화 징조가 확인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SK에코플랜트가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힘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회사 측은 6084만달러를 투자했던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을 매각한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유동성 확보와 재무기반 제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SK에코플랜트에 폐기물 포트폴리오를 매각한 PE들의 경쟁금지 계약 역시 속속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다. 인프라성 자산이 아니면 거래 성사가 힘든 최근의 시장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PE들의 폐기물 시장 복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자연히 잠재 매물에 대한 자문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펀드 만기를 앞둔 E&F PE의 코엔텍·코어엔텍은 물론 SK에코플랜트가 과거 인수했던 폐기물 업체의 재매각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잠재 매물의 가격이나, 규모 때문에 적절한 시점, 방식을 두고 고민들이 많지만 폐기물 산업 자체의 주목도는 다시 올라가고 있다"라며 "최근 가스 업체 M&A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폐기물 산업 역시 귀한 인프라성 자산으로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