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이사 선임으로 경영권 확보도 가능
MBK vs 고려아연, 의결권 50% 이상 확보가 관건
50% 미달시 번번이 갈등 재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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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의 최소 수량을 폐기하면서 사실상 고려아연의 주주로 남게됐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의 성사 여부를 따지는게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대주주인 MBK·영풍 측의 경영적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이사 선임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은 현재 ‘이사의 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양측 모두 상대방을 압도하기 위한 이사 선임 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의 정관(제28조)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전체 이사의 수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총 13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관상 ‘이사의 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상대측보다 많은 수의 이사진을 확보한다면 이사진에 의한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 아워홈 경영권 분쟁 당시 구지은 전 부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21명의 이사를 선임했다. 뒤이어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48명의 이사진 선임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정관에 '이사의 수'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펼쳐진 경쟁구도였다.
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를 거쳐야한다. 고려아연의 현직 이사진들의 임기 만료일(2025년 5명, 2026년 8명)은 다소 기한이 남아있기 때문에 MBK·영풍 측은 공개매수가 끝난 이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 선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사의 선임은 주총 일반결의(동의율 50%) 사안이다. 현직 이사 해임의 경우 전체 주식의 3분의 2이상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요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선택하긴 어렵다. 결국 영풍과 MBK측이 의결권을 가진 주식 50%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기존 이사진 해임 여부와 상관없이 이사회 장악이 가능하고, 반대로 최윤범 회장 측이 50%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
현재 양측의 우호 지분율은 33% 수준으로 엇비슷하다. MBK와 영풍 측이 최대 14.6%의 지분을 공개매수로 확보하게 된다면 지분율 약 47%가 되는데, 자사주 및 의결권이 없는 주식들을 제외하면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50%를 다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개매수 최대 수량을 모두 채웠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양측이 50%에 미달하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될 경우 앞으로 이사 선임부터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에서 상대측의 반대표가 각각 40% 수준에 육박하는 상황은 양측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번번이 주총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데, 안건 마다 국민연금을 현대차, LG, 한화 등 주요 주주들의 표심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의결권 기준으로 확실하게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아직 그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며 "어느 한 쪽이 상대측 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와 별개로, 앞으로 이사회 구성과 이사회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근까지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한 이후 7명의 사외이사 전원은 최윤범 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취득과 안건이 상정한 이사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총 13명의 이사중 11명만이 참석해 자사주 매입을 의결했다. 김우주 기타비상무이사와 성용락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불참했고 표결 역시 참여하지 않았다. 김우주 이사는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5%를 보유한 현대차의 기획조정실 1실장이고, 성용락 이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서 현재 고려아연의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느 한쪽이 확실하게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면 고려아연의 경영적 부담도 가중할 가능성이 높다. 역시 매 주총마다 안건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도 영풍과 고려아연 측은 정관변경과 배당 규모 등을 두고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엔 국민연금과 외국계 연기금들의 표심이 엇갈렸는데, 경영권 분쟁이 종지부를 찍지못한 상황에서 열릴 주주총회에선 이 같은 대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