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MBK와 관계 소원해질 자문사들은 어디?
입력 2024.10.11 07:00
    경영권 분쟁 격화 속 양측 우군도 '주목'
    MBK와 거래 다수 김앤장, 최윤범 회장 편에
    MBK-NH證, 고려아연-하나·메리츠·한투證
    두산공작기계 리캡 한투, MBK와 관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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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양측의 우군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편에 서서 법률대리를 맡거나 자사주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돕고 있는 로펌과 증권사들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 PE인 MBK파트너스와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MBK 측은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BMKL)와 법무법인 화현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가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 김앤장은 올 초 최 회장이 영풍으로부터 KZ트레이딩(구 서린상사) 경영권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때의 인연으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도 최 회장과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MBK는 그동안 다수의 인수합병(M&A) 건을 김앤장과 함께 진행해왔다. 올해에도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 지분 76%를 인수하는 거래에서 MBK 측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이 밖에도 지난해 2조4000억원 규모의 메디트 인수와 과거 코웨이와 오렌지라이프 매각, 모던하우스 및 DIG산업가스 인수 등 다수의 거래에서 손발을 맞췄다.

      이에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김앤장이 MBK가 아닌 고려아연의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다. 각각 국내 1등 로펌과 1등 PE인 만큼, 이번 딜로 관계가 끊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다만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고려아연과 영풍·MBK간 주고받은 고소와 가처분, 본안소송 등이 산적해 있어 결과에 따라 김앤장과 MBK 사이의 관계가 예전만 못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앤장은 MBK가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 밖에 없고, 김앤장 입장에서도 MBK라는 큰 고객을 놓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둘의 관계가 끊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라 상황이 마무리됐을 때 관계가 예전만 못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김앤장이 맡았다면, 화우는 민사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화우는 경영권 분쟁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수차례 승소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발생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 이수만 창업자를 대리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화우와 MBK는 원래 접점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에 있어서는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고려아연 편에 섰다.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제리코파트너스(최씨 일가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의 영풍정밀 공개매수 주관사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이 발행한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며,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자금 조달을 도왔다. 1년 만기에 금리는 6.5%로 결정됐다. 'AA+(안정적)'인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고려아연은 당초 해당 사모사채를 자기자금으로 분류했다가 7일 차입금으로 다시 분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우호주주로 참여한 베인캐피탈의 조력자로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에 3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최소 고정금리 5.7%에 차입기간은 9개월이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과 최윤범 회장사이의 인연이 재조명되며 유력 우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증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등 고려아연의 자금 조달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백기사설을 부인해왔지만, 베인캐피탈의 조력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지분 0.77%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MBK의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 자본재구조화(리캡)를 주선한 바 있다. 첫 번째 리캡 후 불과 2년 만에 진행된 리캡이었기에 금융기관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우리은행과 함께 각 7000억원씩 주선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할 뻔 했던 어려운 시기를 함께 난 '동지'란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에 고려아연 편에 서면서 MBK와의 관계가 사실상 끝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MBK의 공개매수 주관과 자금 대여 등은 NH투자증권이 독식했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자금으로 총 1조4096억원의 대출을 주선했는데, 연 5.7% 금리에 기간은 9개월이다. 이자 수익만 약 640억원에 달할 전망이며,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도 33억원 가량이다. 향후 인수금융 주선 등 추가 일감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각 증권사들이 MBK와 고려아연 편에 서면서, 사실상 상대와의 관계 단절까지도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일찌감치 MBK 편에 선 NH투자증권의 경우 고려아연과의 관계를 단절한다는 각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