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가 주선하는 '변종 PRS', 롯데케미칼은 무엇을 얻고 잃을까
입력 2024.11.12 07:00
    회계부담 없이 저금리 조달 이점
    주기적 롤오버 필요한 점은 부담
    롯데케미칼이 온전한 책임 지기로
    롤오버 실패할 경우 리스크 전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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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케미칼이 '변종' 주가수익스와프(PRS)로 자금을 조달해 당장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PRS 담보 자산으로 발행한 단기 채권과 관련한 만기연장(롤오버) 책임이 전적으로 롯데케미칼에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롤오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롯데케미칼은 총 1조4000억원 자금조달 계획 중 약 6600억원을 PRS으로 조달한다. 메리츠증권은 롯데케미칼과 미국 자회사 LCLA(LOTTE Chemical Louisiana LLC) 지분 40%를 담보로 PRS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은 확보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축소할 계획이다.

      통상적인 PRS와 달리 이번 건은 메리츠증권이 아닌 롯데케미칼이 신용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다. 

      PRS는 기업이 금융기관과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가 계약 당시 보다 높으면 차액을 기업이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엔 손실금액을 투자자(금융기관)에 보전하는 파생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PRS 거래 시 장단기 금리 차이를 이용해 그 차익을 수익으로 삼는다. 증권사는 3~5년의 계약기간 동안 기업으로부터 연간 수수료를 받고, 매입한 자산을 담보로 단기 채권(ABCP 등)을 발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행되는 단기 채권에 대한 상환(신용) 책임은 증권사가 진다. 이번 거래에서는 롯데케미칼이 그 책임을 진다.

      이례적인 형태의 PRS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 롯데케미칼의 '어려운 상황'이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적자는 413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2.1% 늘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48.0% ▲2022년 55.1% ▲2023년 65.5% ▲올해 상반기 말 75.3%로 늘고 있다.

      채무보증금액 규모도 크다. 롯데그룹의 올해 상반기 채무보증금액은 7조674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1조7974억원 늘었다. 이 중 롯데케미칼의 채무보증금액 증가폭이 1조6791억으로 그룹 증가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발행, 은행 대출 등 회계적으로 부담이 가는 방법이 아닌 PRS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조달 과정에서 약 5%의 낮은 조달 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변종 PRS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은) 롯데케미칼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이외에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함에도 불구, 회사 사정을 고려하면 회사가 요구한 금리를 증권사가 맞추긴 어려웠다는 점이다. 증권사가 리스크를 떠안는 PRS 방식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롯데케미칼이 PRS 신용 리스크를 떠안기로 했지만, 회계적으로 우발채무로 분류되지는 않을 거란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아이디어가 새롭다기보다는, 이런 아이디어를 롯데그룹에 제안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 말했다. 

      일반적으로 PRS 담보로 발행하는 단기 채권은 만기가 3개월이다. 결과적으로 롯데케미칼은 3개월마다 롤오버를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구조화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롯데케미칼이 롤오버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이 신용 리스크를 떠안았기 때문에 롤오버가 이뤄지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롯데케미칼이 롤오버를 실패할 경우 그 여파는 시장 전반에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그 여파는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견줄만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시장이 위축하며 둔촌주공아파트 PF 차환 발행이 실패하는 등 부정적 여파가 컸다"며 "롤오버 리스크는 롯데케미칼에 있다고 하지만, 그 리스크가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전이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