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이슈 '불똥' 삼성전자 '신저가'...코스피도 덩달아 '암울'
입력 2024.11.11 13:26
    장중 3.3% 하락해 5만5100원...52주 신저가 갱신
    TSMC 첨단 반도체 주문 거부에 미중 갈등 우려 증폭
    LG엔솔ㆍ조선ㆍ암호화폐 등 호재있는 개별주만 강세
    내년 코스피 이익 전망도 지속 하향 조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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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당선 이후 고조된 미중갈등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직격했다. 대만 TSMC의 7나노(7nm) 칩 중국 불법 수출 논란이 국내 반도체주(株)에 악영향을 미치며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신저가 수준으로 급락했고, 덩달아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도 침체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1% 이상 하락하며 2520선을 시험했다. 오전 중에만 외국인이 5000억원 가까운 순매도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오전에만 2% 넘는 하락폭을 연출했다.

      코스피 순매도 5000억원 중 4200억원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3.3% 하락한 5만5100원선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 역시 전 거래일 대비 장중 3.4% 이상 밀리며 20만원선을 힘 없이 내줬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 중심 급락세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TSMC발(發) 불똥이 튄 거란 해석을 내놨다. 앞서 지난 10일 대만 TSMC는 중국 고객사들에게 앞으로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일괄 통보했다. 

      이는 지난 10월 캐나다 반도체 조사회사가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칩셋을 분석하다 TSMC의 7나노 반도체가 탑재된 사실을 확인한 것에서 출발했다. 미국은 지난 2020년부터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을 통제해왔는데, 화웨이는 소프고라는 반도체 설계 업체를 통해 우회 수입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 트럼프 후보 당선이 확정되며 미국 상무부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TSMC가 한발 앞서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사건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확대로 해석되며 일단 국내 반도체주가 된서리를 맞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오전 중에만 삼성전자응 1400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국내 기관 역시 투신을 중심으로 200억대 매도세를 보였다. 하이닉스의 경우 외국인의 매도세는 1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았지만, 국내 기관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순매도를 보이며 하락세를 보였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지난 8월 20% 이상 급등했던 디램 등 레거시 반도체 가격도 지난달 말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며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진 상황"이라며 "이전 트럼프 정권 시절 미중 반도체 분쟁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주도 된서리를 맞았는데, 이런 우려로 인해 외국인과 기관들이 일단 매도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총 상위주들이 약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 역시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ㆍ코스닥 합쳐서 2000개가 넘는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방산ㆍ조선ㆍ이차전지 등 일부 개별주만 상승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로부터 우주선 탑재용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으며 장 초반 9%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선주도 강세였다. 삼성중공업이 장중 7% 가까이 오르는 등 한화오션ㆍHD현대중공업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주말 1개당 8만달러를 넘어서며 우리기술투자ㆍ한화투자증권 등 비트코인 관련주도 강세였다.

      반도체를 둘러싼 대외환경 변화는 앞으로도 국내 증시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코스피 지수가 2600선 재탈환은커녕 2500선마저 지키기 어려워보이는 배경 중 하나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영향이 꼽힌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2025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345조원에 달했는데, 현재는 329조원으로 16조원가량 하향 조정된 상황이다. 이 중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하향 조정폭이 14조원에 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전략 담당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시즌이 정점을 통과했지만, 4분기, 2024년, 2025년 연간 실적 전망은 하향조정 중"이라며 "실적 시즌 종료와 함께 실적 전망 하향조정이 마무리되면 12개월 선행 EPS는 상승반전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