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동력 상실한 제주항공…휘청인 업계 1위, LCC 재편도 '연착' 전망
입력 2024.12.31 07:00
    대한항공 發 LCC 재편 가능성 제기됐으나
    제 1의 원매자 제주항공 위기에 올스톱 위기
    당장 재무적 위기는 피할 수 있으나
    "신뢰도 타격에 생존전략 다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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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해 제주항공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아직은 이번 사고가 제주항공과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주항공 및 그룹의 확장 기조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시작하면서 내년도 국내 항공업계에 지각변동도 예상돼 왔다. 하지만 업계 1위 제주항공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재편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이번 사고로 인해 제주항공은 유무형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항공 보험이 가입돼있기 때문에 제주항공 측의 단기간 자금 소요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주보험사인 삼성화재 외 4곳의 보험사가 배상을 담당하며, 해당 보험사들 역시 영국 악사 엑스엘(AXA XL)을 통해 총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다만 제주항공을 비롯한 그룹사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이로인한 주가 하락 등 파생적인 재무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뿐 아니라, 제주항공의 소비 심리 또한 위축할 수 없단 점에서 장기간 타격은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제주항공이 당장 재무적 타격을 입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사 결과가 발표할 때까지  제주항공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위축할 수밖에 없고, 회사의 과실 여부가 밝혀질 경우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유무형의 손실 규모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항공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업계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전략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기존에 운영중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개의 LCC의 통합 운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상 현 LCC 업계 1위(항공기 42대, 매출 1조7240억원)인 제주항공의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초대형 LCC의 탄생이 임박한 상황인 셈이다.

      국내 유일의 초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이란 구심점이 생긴 LCC 3사의 통합 경영이 시작되는 것 역시 제주항공엔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정비사업(MRO)을 비롯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요건들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각각의 LCC들이 독자 경영을 하는 것보다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한항공 산하 LCC 3곳 외 중견 LCC 기업들의 재편도 예고돼 있다. 더 많은 노선을 확보해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 왔고, 실제로 국내외 LCC들은 신규 노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VIG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보유한 이스타항공, JC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등은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 재편 가능성에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대명소노그룹이 올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확보하며 공격적인 확장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제주항공에는 부담으로 평가된다.

      LCC 산업재편 과정에서 제주항공은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왔다. 업계 1위로서 경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을뿐 아니라, 공격적인 확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항공업 M&A에서 제 1의 원매자로 거론돼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제주항공은 당분간 확장보단 존립과 생존을 고민해야할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LCC발(發) 항공업 산업 재편도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핵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환율이 치솟아 수익성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여객기 사고로 인한 여행 심리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항공사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