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에 연초 효과 등 긍정적 측면 있지만
현실적인 공모가 책정이 관건이라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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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냉각 국면에 접어든데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거라는 분석이 나오며 바이오 기업 IPO(기업공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성장주인 바이오 기업은 자금 조달 비용을 뜻하는 금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이다.
당장은 '개별주'의 선전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바이오 대어로 주목받았으나 상장을 철회했던 오름테라퓨틱이 한 달 만에 상장 재추진에 나서며 내년 바이오주 IPO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23일 공모가와 공모주식수를 낮춰 IPO에 재도전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오름테라퓨틱은 기존 희망 공모가였던 3만원~3만6000원에서 2만4000원~3만원으로, 공모주식수는 300만 주에서 250만 주로 몸값을 낮췄다. 1월 17일~23일 동안 수요예측을 거쳐 2월 중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IPO 과정에서 최대 8149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책정하면서 하반기 기대주로 꼽혔지만, 수요예측을 앞두고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ORM-5029' 임상 1상에서 중대한 이상사례가 보고된 데다 공모주 투심이 얼어붙은 까닭에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 절차를 철회한 바 있다.
'연초 효과'에 기대해보는 게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연초엔 기관투자자들이 새로운 장부(book)로 자금을 집행하는 까닭에 투자 유치에 상대적으로 원활한 부분이 있다.
다만 올해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있어, 현실적인 공모가 책정이 바이오주 IPO 완주의 가장 관건이 될 것이란 평가다. 올해 9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규제 완화 등 호재에 힘입어 IPO에 도전한 대부분의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공모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바 있지만, 내년엔 보다 몸값을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달 증시에 연달아 입성한 바이오 기업 세 곳 역시 희망 공모가 대비 대거 몸값을 낮춘 바 있다. 18일 온코크로스를 시작으로 19일 온코닉테라퓨틱스, 20일 듀켐바이오(이전 상장)가 연달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온코크로스는 희망범위 하단보다 27.7% 낮춘 7300원, 온코닉테라퓨틱스는 18.7% 내린 1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듀켐바이오도 희망범위 하단보다 34.9% 낮은 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몸값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모가 눈높이를 낮춰 상장했음에도 주요 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이 약세인 점은 내년 IPO를 준비하는 동종업체들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다.
온코크로스, 온코닉테라퓨틱스, 듀켐바이오 세 기업 모두 공모가를 상회하는 가격에 첫날 거래를 마쳤으나, 27일 기준 공모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장한 라메디텍·씨어스테크놀로지·엑셀세라퓨틱스 등 바이오 기업들도 공모가보다 크게 하회한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린 점이 핵심 변수가 될 거란 지적이다. 바이오 기업은 제품 출시까지 막대한 R&D 비용이 들어가는 산업인 만큼 차입비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에 매우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최근 FOMC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시사하며,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당분간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채 선물시장에서는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하 횟수를 2번 정도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4회까지 반영됐던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관점이 바뀐 것이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기 역시 정치적 이슈가 겹치며 가늠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공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자료를 통해 "내년 경기 위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인하 폭과 인하 횟수는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급변하고 있는 정국이 진정세에 들어가야 통화정책 역시 적시에 이뤄질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많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국내 바이오기업의 경우 실질적인 시중금리 하락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만큼 기준금리에 대한 내년 전망이 채권시장에 어느 정도 속도로 반영될지가 변수"며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 거품이 빠지면서 희망공모가 상단 초과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공모가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책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