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해외법인 활용 7000억원 조달조건 재논의…EOD 사태 여파
입력 2025.01.07 07:00
    롯데케미칼 EOD 사태에 증권사 '금리 인상' 요구
    작년에는 5% 대 수수료 논의…"리스크 반영 필요"
    롯데그룹 전반 조달 비용 상승 불가피하단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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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케미칼이 해외법인을 활용한 7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조건을 증권사들과 재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증권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조달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최소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증권사들과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활용한 7000억원 조달 관련 조건을 재논의 중이다. 최근 발생한 롯데케미칼 회사채 EOD(기한이익상실) 사태로 롯데그룹의 신용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고, 이에 증권사들은 자금조달 대가로 받는 연간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했다. 당초 5%대(약 350억원)였던 수수료율에 대해 증권사들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부터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증권사들이 직접 투자에 나설 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야(셀다운)하는 만큼 보다 매력적인 조건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수수료율 상향 요구의 배경이다. 

      롯데케미칼이 이번에 추진 중인 자금조달은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을 활용한다. PRS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이 같은 PRS는 형식상 지분 매각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식담보대출 성격을 가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활용한 PRS 계약 조건을 증권사들과 다시 논의하고 있다"며 "EOD 사태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조달과 관련된 수수료율 인상 폭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EOD 사태의 여파를 감안하면 의미있는 수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롯데케미칼의 자금조달 비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메리츠증권과 66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연간 수수료율은 5% 초반 수준이었다. 당시 계약 구조가 롯데케미칼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AA/부정적)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의 조달 조건이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었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더 높은 SK이노베이션(AA/안정적)이 SK온 주식을 활용한 1조원 규모 자금조달을 했을 때 더 높은 금리를 지불했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유동성 위기 자체가 소문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관련 재무비율이 계약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가 나왔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약 2조원에 달하는 사채를 즉시 상환해야 할 수 있는 위기가 발생한 셈이었다.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법인을 활용해 7000억원의 자금조달도 해당 사태로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결국 EOD 사태는 롯데그룹이 그룹의 상징적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지급보증 담보로 제공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이후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작년 말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을 활용한 자금조달 논의 당시에는 5%대 수준의 수수료율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이 수준으로는 롯데그룹 투자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앞으로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으로 당장의 위기는 해소됐지만, 향후 시장에서 롯데그룹의 신용도를 더욱 보수적으로 평가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EOD 사태 이후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금리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