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균등배정 도입 4년, 성수기에도 비수기에도 역효과만
입력 2025.01.08 07:00
    취재노트
    공모주 포퓰리즘 대표 사례인 균등배정 제도
    성수기엔 '빈 손 청약'만, 미달 시 주관사 부담 커
    균등배정, 금융 선진국서 찾기 힘든 제도
    공모가 발견 핵심은 개인 아닌 기관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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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부터 LG CNS, DN솔루션즈 등 IPO(기업공개) 빅딜이 예고된 가운데 더 공정한 공모 시장을 위해선 '포퓰리즘'(대중영합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만들어진 균등배정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21년 1월부터 실시된 공모주 균등배정 제도는 고액자산가만 더 많은 공모주를 받아 간다는 '비례배정' 제도에 대한 비판을 반영해 도입됐다. 균등배정은 일반 청약 물량의 50%를 최소 청약증거금을 낸 청약자 수로 나눠, 같은 수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균등배정 제도는 시행과 동시에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공모주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청약 경쟁률이 폭발하면서다. 그해 6월 중복계좌 청약을 막는 보완책을 도입했으나, 가족을 동원하는 등 차명계좌를 통한 IPO 투자를 막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높아진 경쟁률에 일부 투자자는 증거금을 넣고도 한 주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지난해 청약증거금만 14조원이 몰린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의 최소 청약 기준 균등배정 주식수는 0.06주에 불과했다. '공모주 투자=무조건 수익'이라는 공식을 전제하고 최대한 많은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준다는 금융당국의 발상이 결국은 '빈 손 청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균등배정 제도는 시장이 과열됐을 때뿐만이 아니라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문제가 된다는 분석이다. 미달된 균등 배정 물량을 주관사가 모두 떠안거나 비례 배정 물량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올해 첫 균등배정 물량 미달 사례인 노머스의 경우, 균등 배정물량 절반인 14만1250주 중 2만6080주의 미달 물량이 발생했다. 결국 주관사는 균등 배정 미달분을 비례 배정 물량으로 변경했다. 

      금융당국이 수 차례 손댄 IPO 제도는 더 많은 개인투자자를 공모 시장에 참여케 하는 방식으로 변해 왔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주관사는 개인투자자에게 공모 물량의 25%를 배정해야 한다. 이는 2020년 'IPO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 방안'을 통해 기존 20%에서 확대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갈 곳 없는 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리자 개인투자자 눈치를 본 금융당국이 내놓은 '개악'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선진 시장의 정책과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국 공모주 시장에선 개인 투자자에 배정 의무가 없고, 배정 방식과 청약경쟁률 또한 공개할 의무가 없다. 미국뿐 아닌 다른 금융 선진국 등에서도 공모주를 배정받는 개인투자자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주는 시장 가격이 없던 주식이 시장 가격을 처음으로 부여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동성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고, 이 때문에 가격에 대한 판단 능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접근이 어려워야 한다는 게 선진 자본시장의 상식"이라며 "개인투자자를 우대하는 기형적 국내 IPO 시장의 배경은 1987년 '국민주' 정책에서 비롯됐는데, 이제는 자본시장이 성숙한만큼 새로운 청약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IPO 제도 개선의 핵심은 '정확한 공모주 가격 발견'이 돼야 한다는 게 정론으로 통한다. 가격 발견 역할을 하는 건 전문투자자인 기관이다. 공모주 가격이 제대로 발견되지 않았을 때 개인투자자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시장에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노출시키는 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이 더 정확한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정책당국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