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불확실성 커지며 재차 주목
트럼프 관세에 인플레 우려...인상 가능성도
연기금·공제회, 올해도 크레딧서 기획 모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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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기금·공제회 등 국내 대표 큰손 기관투자자들이 다시 크레딧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고금리에 기반한 '크레딧 투자'가 곧 막바지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2022년부터 오름세를 보이던 금리가 올해부터 인하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기관들이 금리 '피크아웃(peak out)' 시점 전에 크레딧펀드에 적극 출자해 수혜를 누리고자 했다.
실제로 지난해 노란우산공제회나 군인공제회, 산재보험기금 등 일부 기관들은 사상 처음으로 크레딧펀드에 출자했다. 높은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표가 반영됐고, 여러 글로벌 운용사들이 각종 사모대출펀드, 메자닌펀드 등 다양한 크레딧 상품을 내놓으면서 투자 기회 역시 풍부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관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미국의 인플레 지표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Fed가 정책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해 시장이 한층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23일(현지시간) 미 CB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핑크 CEO는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 탓에 금리가 매우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표 관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는데, 통상 고율 관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로 인해 미국의 물가관리 부담이 가중되면서 금리인하를 쉽게 단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를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촉구했지만, 정작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당일 뉴욕증시에서 4.61%로 마감하며, 전거래일 대비 3bp 올랐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기에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여전히 적극적으로 바이아웃 거래에 나설 만큼 금리 수준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환율 상승 역시 해외 부동산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헤지를 걸더라도 비용이 커지고, 환오픈 전략을 취하기에는 위험이 큰 상황이다. 1500원을 넘보던 환율이 1430원대까지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신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집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매크로 환경이 급변하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올해도 크레딧펀드에서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금리가 당장 내려갈 가능성이 적고, 적정 수준의 스프레드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레딧펀드가 여전히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출자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크레딧 분야에 출자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 역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이자수익 수취가 가능한 크레딧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컴형(income)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