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DSCR 1.3~1.9배…임대료 절반 감액 시 이자상환 불가"
계약해지 위협 속 일부 건설사 "차라리 조기 개발"…고용 불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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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임대 매장의 임대주들과 임대료 조정을 협의하고 있으나,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펀드·리츠를 운용 중인 운용사들의 상당수는 임대료 감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자 부담이 가볍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낮췄다가는 기한이익상실(EOD)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현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68개 매장의 임대주들과 임대료 할인을 놓고 개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홈플러스 측은 자사 매장을 보유한 펀드·리츠 운용사들에게 임대료 35~50% 감액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료의 최대 50%를 감액해 달라는 홈플러스의 요구에 대해 부동산 운용업계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동산펀드·리츠의 DSCR(Debt Service Coverage Ratio, 부채상환비율)은 1.3~1.9배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료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이익이 반토막 날 경우, 이자 상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SCR은 순영업이익을 부채로 나눈 값으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EOD를 감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런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에는 일부 매장에 임대 해지를 통보하는 강수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임대료 감액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홈플러스는 임대료 절감을 위해 일부 매장에 해지를 통보하고 지급해야할 임대료는 회생담보채권으로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회생절차에서도 동결되지 않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되어 우선 변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 회생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임대료 삭감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공익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피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임대료 감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강경책을 내세우며 운용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경우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위약금) 청구권은 회생계획과 변제율 등이 확정된 후에야 변제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금액이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운용업계에서는 오히려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회생신청과 후속 행보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계약해지권을 무기로 회생담보채권 처리를 시사하며 운용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측 주장에도 일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자신들의 경영 실패 책임이 있음에도 이러한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특히 홈플러스가 사용하고 있는 물류센터에 대해서는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홈플러스의 본업 경쟁력은 유지하면서 일부 운용사에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논란이 됐던 홈플러스 함안허브물류센터의 경우, 연간 임대료를 선납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임대료 지급을 완료했다는 반론도 있다.
논의의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자금력을 갖춘 건설사는 홈플러스와의 임대차 계약 조기 해지 등 대안적 협상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본래 개발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했으며, 개발 전까지 임대차 계약을 유지해온 상황이다. 임대료 지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차라리 조기에 본래의 개발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건설사들은 자체 신용도가 높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적고, 대출 이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에도 상당한 난관이 존재한다. 일부 운용사와 건설사가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당기게 되면 해당 매장의 폐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정권교체기를 맞아 고용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홈플러스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고 있다. 그럴 경우 매장 폐점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장을 보유한 운용사, 시행사, 건설사들이 결국엔 홈플러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와 강대강 대립 구도로 갈 경우, 사태 장기화와 함께 투자자 손실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