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4개월만에 도시정비 연간 수주 신기록 달성…서두르는 이유는?
입력 2025.05.02 07:00
    2006년 이후 최고 기록 경신
    부진 이어지는 삼성전자, 중대 변수 많아
    삼성전자 캡티브 거래 기대는 시기상조
    대선 후보자들, 정비사업 우호 공약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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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물산이 4개월 만에 수주 신기록을 세우는 등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 분야에서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캡티브 기대감이 크지 않고, 조기 대선 과정에서 재건축·재개발 시장 확장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정비사업에서 4조7505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해 19년 만에 자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4개월 만에 연간 실적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06년 3조6556억원이었다.

      일주일 만인 28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현대아파트 리모델링(2708억원) 사업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액 목표도 달성했다. 올해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수주액 목표는 작년 대비 35% 증가한 5조원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1월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1조5696억원) ▲2월 서울 송파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4544억원) ▲3월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2416억원) ▲3월 서울 송파구 한양3차아파트 재건축(2595억원) ▲4월 서울 서초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1조310억원) ▲4월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재개발(1조1945억원)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연내 수주전에 지속 참여해 자체 최고 기록을 또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장은 연내 시공사 선정이 예상되며, 삼성물산은 수주를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등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등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10년간 정비사업에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바뀐 이유로 삼성전자의 부진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축소하며 삼성물산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캡티브)가 줄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국내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지 않고 있다. 평택 P4·P5 등 공장은 작년 공사를 멈췄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서 ▲2020년 5조7012억원 ▲2021년 4조7686억원 ▲2022년 3조8023억원 ▲2023년 2조3259억원을 수주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부진이 크게 와닿을 거라는 평가다. 과거 건설부문의 실적은 평택·화성·용인 등 하이테크 공장에서 나왔다. 2023년 건설 수주액 중 64%가 하이테크 사업이었다.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하이테크 사업 수주 전망치는 6조7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8.3% 줄었다. 20203년 12조2000억원을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45.1% 줄어든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공장 3곳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지만, 삼성물산이 수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태껏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확대 기조는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아직 삼성전자와의 캡티브 거래를 기대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전반적으로 전망을 판단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변수가 많다. 정치, 정책, 수급, 실적, 외교까지 중대 변수가 한꺼번에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부과와 수출 통제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자가 제시하는 부동산 공약도 정비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관련 정책은 세제 혜택, 규제 완화와 민간 주도로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특히 네 후보 모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는 규제를 확대할 거란 예상과 달리 우호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의 노후 도심은 재개발·재건축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용적률을 올릴 때 의무 공급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함께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건설사의 사업성은 떨어지게 된다.

      후보자들이 내는 AI와 반도체 산업 관련 공약은 삼성전자 캡티브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00조원, 200조원 규모 공약을 내고 있는데 실효성 없이 남발하는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수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타 브랜드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점"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