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4조 알짜' 서초동 개발사업 유동화 검토…증손회사 규제는 '발목'
입력 2025.05.07 07:00
    롯데칠성, 프로젝트리츠 시행 앞두고 유동성 시나리오 가동
    서초동 부지 현물출자시 자금조달 유리…그룹 유동성 대안으로
    롯데지주 증손회사 구조 시 '100% 출자' 규제가 발목잡나
    롯데 등 대기업, 정부에 건의中…공정위 협의가 핵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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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서울 서초동 부지가 유동화 및 개발사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평가액만 약 4조원에 달하는 이 부지의 개발을 두고,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리츠 형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법적 지배구조상 증손회사 규제가 개발 구조를 옥죄고 있어, 관련 법 개정이 선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최근 서초동 부지(서초구 서초동 1322-1 일대) 개발 및 유동화 시나리오를 놓고 국내외 부동산 디벨로퍼들과 사전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해당 부지는 지하철 교통 요충지에 위치하고, 상업용 오피스 수요도 풍부해 자산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그룹 내에서도 사실상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부지를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본격 검토 중"이라며 "그중에서도 최근 정부 추진으로 하반기 실행이 예상되는 '프로젝트 리츠'를 비히클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내부에서 논의되는 구조는 롯데칠성이 보유한 서초동 부지를 롯데리츠로 매각하고, 롯데리츠가 이를 자(子)리츠 형태의 프로젝트 리츠를 통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지배구조상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리츠→프로젝트 리츠'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리츠를 통한 유동화는 자산 유동성과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고, 프로젝트에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옵션이다. 서초동 부지(약 4만3438㎡) 개발에 적용할 경우 부지 가치 4조원의 약 38~50%인 1조5000억~2조원을 자기자본으로 구성하고, 나머지 2조~2.5조원은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부지 매각 없이 부지를 현물출자해 리츠 지분을 확보하면, 장부상 토지자산이 리츠 지분으로 전환되면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롯데칠성의 부채비율은 현재 약 177%로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주회사 행위제한'이라는 공정거래법상 장벽이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 한국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리츠가 차례로 위치한다. 이 구조에서 롯데리츠가 또 다른 프로젝트 리츠를 만들면, 해당 법인은 '지주회사의 증손회사'로 분류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증손회사를 원칙적으로 소유할 수 없으며,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롯데리츠가 프로젝트 리츠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구조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시장성 확보가 중요한 리츠 구조에서, 자본을 100% 내부에서 충당해야 한다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동산투자회사법(부투법) 개정안을 통해 예외를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국토부 단독 소관 사항은 아니다. 공정거래법과 맞닿은 사안인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스폰서 리츠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구체적인 예외조항을 마련해달라고 적극 건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롯데그룹이 요구하는 것은 투자 목적의 리츠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증손회사 100% 출자 규제, 손자회사 50% 이상 지분 보유 의무 등)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현행법 체계에선 자산을 유상증자로 편입할 때마다 롯데그룹이 시장이 아닌 자체 자금으로 출자해야 한다"며 "서초동처럼 수조원대 개발사업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서 롯데가 개발 속도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도 이 같은 입법 추이에 따라 향후 개발 구조를 유동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 측은 "프로젝트 리츠 형태도 가능하면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지만 규제 완화가 선결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