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發 환율 변동성에 국내 증시 혼조세...정치 테마주만 '극성'
입력 2025.05.07 15:31
    대만發 환율 충격…원·달러 6개월 만에 1,300원대 진입
    외국인·기관 코스피 매수, 코스닥은 바이오 약세에 하락
    FOMC·파월 발언 앞두고 채권·환율 변동성 추이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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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매크로 변수로 인한 환율 널뛰기에 국내 자본시장도 방향이 엇갈렸다. 연휴간 중국 및 대만 이슈로 인해 중국 위안화, 대만달러, 한국 원화가 강세를 띄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했지만, 장중 1400원대로 되돌림이 일어나며 변동성만 키우는 모습이었다. 

      원화 강세 기대감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돌아오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채권시장은 구간별로 엇갈린 흐름을 나타냈다. 방향성을 잃은 시장 속 정치 테마주만 극성을 보이는 모양새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5.3원 내린 1380.0원에 개장하며, 지난해 11월6일(1,374.0원) 이후 최저 시초가를 기록했다. 이번 환율 급변의 핵심 배경은 대만 달러의 급등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통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대만 달러는 지난 5일 기준 이틀 새 약 10% 급등했다. 이는 최근 30년 내 최대폭 상승이다.

      아시아 주요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하락 압력이 작용했다. 원화는 외환시장 규모가 크고 대만과 유사한 수출 구조를 가진 '프록시 통화'로 간주되며, 대만의 환헤지 수요가 원화로 유입될 경우 강세가 강화되는 구조다. 실제 2023년 초에도 유사한 사례가 관측된 바 있다.

      다만 이번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한 시각도 제기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외 시장에서 원·달러가 급락하긴 했지만, 정규장에서 저가 매수세와 달러 반등 가능성을 감안할 때 단기 낙폭 축소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휴장 기간 중 미국 증시의 부진이 국내 증시에 장 초반부터 영향을 미쳤으며, 아시아 통화의 초강세가 단기적으로 지속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특히 환율 효과를 기대했던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방산 등 수출주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해당 산업군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수급 주체별로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이날 오후 기준 코스피는 외국인(1251억 원), 기관(2561억 원) 등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한 2570.72를 기록했으며, 코스닥은 기관 순매도 여파로 721.65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방산·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와 SK하이닉스(+2.31%) 등이 상승세를 주도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3.69%), 현대차(-1.00%) 등은 약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가총액 40조원을 돌파하며 시가총액이 39조원에 머문 현대자동차를 추월, 코스피 시가총액 5위에 진입했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비엠(-4.31%), 펩트론(-3.41%), 리가켐바이오(-6.19%) 등 이차전지와 바이오가 조정을 받았다.

      정치 테마주는 높은 변동성을 연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공판이 조기 대선(6월3일) 이후로 연기되면서 사법 리스크 완화 기대가 반영됐다. 이 후보의 대표적 정치테마 종목인 코나아이, 상지건설 등은 장중 20% 넘게 급등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구간별 엇갈림이 나타났다. 엠피닥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57%로 전일 대비 2.5bp 하락했고, 5년물은 0.9bp 하락한 2.386%를 기록했다. 반면 10년물은 2.607%로 1.2bp 상승했다.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5471계약 순매수하고, 10년물은 4110계약 순매도했다.

      중단기물 강세는 연휴 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인하 시사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이 총재는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2% 수준까지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 시선은 8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에 따라 금리와 환율 등 자산시장 전반의 흐름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제부터는 국고채 금리 하락보다는 상승 리스크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10년물의 적정 금리는 2.4%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수보다는 종목 중심 대응력이 중요한 시기"라며 "2분기 실적 가시성과 대외 변수에 따른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