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7000억 영구채 발행 검토에 증권가 '장사진'
입력 2025.05.08 07:00
    SK이노, SK온 재무 부담에 영구채 발행 추진…셀다운 제한 요구
    대형증권사들 "SK그룹은 최대 고객"…투자 리스크에도 경쟁 불가피
    메리츠증권 경쟁 가세 '주목'…롯데케미칼 PRS 사례처럼 '새 해법'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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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이 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빅딜을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SK이노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으로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북빌딩(Book-Building) 단계에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가 영구채 조달에 나선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지배적이다. SK E&S와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SK온에 대한 지원 부담이 여전히 막대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영구채는 사실상 부채 조달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는 이점 때문에 SK이노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자금조달 방안으로 꼽혀왔다.

      작년 SK이노베이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조4777억원인 반면, 연간 이자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은 1조4670억원에 달한다. 이는 EBITDA로 2년치 이자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고정비 부담이 높은 사업구조를 감안할 때 이러한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한편, SK이노가 증권사들에 영구채를 시장에 셀다운(재매각)하지 말고 자기자본으로 인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난색을 표하는 증권사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운용한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SK온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온전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이노가 증권사들에 자기계정으로 영구채를 인수할 것을 바라는 분위기"라며 "이미 작년에 SK온 영구채를 인수하고 SK이노와 PRS 거래를 한 증권사입장에선 SK그룹 익스포저가 적지 않고 위험성도 상당해, 곤란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이노의 영구채 발행을 둘러싸고 대형증권사들의 장사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입장에서 SK그룹은 자본시장 최대 고객으로, SK온 등 일부 계열사의 수익성 저하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다른 그룹 계열사들과의 향후 거래를 고려하면 자금조달에 최대한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메리츠증권이 이번 경쟁에 가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SK이노에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투자심리가 악화됐을 때 6600억원 규모의 PRS 거래를 성사시키며 '구원투수'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PRS 거래 구조가 롯데케미칼에 다소 불리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참여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이노 재무 상황이 어려운 만큼 여러 증권사들이 제안을 넣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접근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SK이노는 영구채 외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