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국내 첫 버퍼형 ETF 출시 한 달....반응은 '미지근' 경쟁사선 '시기상조'
입력 2025.05.08 07:00
    -10%까지 손실 방어 구조…옵션 활용한 전략형 상품
    출시 첫날 93억원 매수세 반짝…시총 900억대 불과
    제한된 수익률·복잡한 설계에 투자자 반응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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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버퍼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매수 유입이 줄며 펀드 규모는 정체 중이고, 경쟁사의 유사 상품 출시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 하락 시 손실을 완충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복잡한 설계 구조와 환율 노출로 인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 낮은 투자자 이해도 등이 맞물리며 흥행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버퍼형 ETF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3월 삼성자산운용이 선보인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는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되 옵션 전략을 병행해 하방은 -10%까지 방어하고, 상방은 약 +16%에서 수익을 제한(캡)하는 구조다. 1년 아웃컴 기간이 설정돼 있으며, 매년 재설정되는 구조다.

      상장 한 달이 지난 현재 이 ETF의 현 시가총액은 960억여원에 머물러 있다. 상장 당일 개인이 9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매수세는 빠르게 둔화됐다. 수익률도 -4.28%로, 같은 기간 동일한 미국 증시를 추종하면서 버퍼 기능이 없는 'KODEX 미국S&P500'(-4.88%)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버퍼형 ETF 흥행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컨셉은 신선하지만 국내 투자자 성향에는 아직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버퍼형 ETF는 미국에서는 좋은 오렌지로 평가받으며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한국 토양에서는 아직 탱자 수준"이라며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도나 장기 보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접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이상 보유해야 구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단기 수익 중심의 매매 성향이 아직 짙은 국내 시장에서는 매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진입 시점, 중도 매도 시 수익구조 변화 등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 환오픈형 구조 역시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타 자산운용사들은 버퍼형 ETF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주요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재 관련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 없으며, KB자산운용 정도만이 하방 방어형 ETF 출시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마저도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출시 시점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버퍼형 ETF의 상품 구조를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드는 품과 인력 대비, 회사에 돌아오는 수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분석된다. '복잡한 운용 구조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으로, 당장 적극적으로 운용에 나설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즉, 버퍼형 ETF는 하방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구조적 설계상, 파생상품을 활용한 복잡한 구조를 갖는데 이 같은 특성이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운용과 진입 부담으로 작용하며 흥행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초기 반응이 미지근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전략형 포트폴리오 내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버퍼형 ETF는 단기 테마형 상품이 아닌, 변동성 장세에서 하방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는 전략형 상품"이라며 "투자 상품 다변화 차원에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에 잔여 버퍼·캡 지표를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환헤지형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버퍼형 ETF의 취지를 고려하면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투자자 눈높이와 괴리가 있다"며 "상품 구조를 잘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투자자가 많아지기 전까지는 시장에 뿌리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