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 경영권 분쟁에 매물 나온 B&W…AI發 오디오 확장하는 삼성 하만이 '덥썩'
입력 2025.05.08 13:11
    B&W 등 프리미엄 브랜드 보유한 사운드 유나이티드
    삼성전자 5000억에 인수 추진
    B&W, 마시모가 인수한 직후 행동주의펀드 집중 타깃
    경영권 분쟁서 행동주의펀드 승리하자
    곧바로 매각 착수해, 인수 3년 만에 ‘반값’ 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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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이 미국 헬스케어 전문기업 마시모(Masimo)로부터 오디오 사업부 '사운드유나이티드(Sound United)'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삼성전자의 최대 규모 M&A로 기록될 전망인데,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오디오 시장을 선점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사운드유나이티드는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의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마시모의 사업부다.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AKG, 인피니티(Infinity),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등을 보유한 하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하이엔드급 브랜드까지 라인업을 갖추며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시장지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마시모는 지난 2022년 2월, 10억2500만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사운드유나이티드를 인수했으나 3년만에 절반도 못미치는 가격에 매물로 내놨다. 이종 사업을 인수하면서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하자 행동주의펀드인 폴리탄캐피탈매니지먼트(Politan Capital Management)의 주요 타깃이 됐다.

      사운드유나이티드의 인수 직후 마시모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였던 조 카이니(Joe Kiani)와 폴리탄의 공방은 2년 넘게 이어졌다. 2023년엔 폴리탄과의 대결에서 승리했으나 지난해 9월 결국 표대결에서 패배하며 35년 넘게 머물렀던 이사회의 자리를 넘겨줬다. 사운드유나이티드 인수가 도화선이된 셈이다. 조 카이니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조 바이든(Joe Biden) 전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위원이기도 했다.

      이사회에 진입한 인물은 폴리탄캐피탈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퀀틴 코피(Quentin Koffey)이다. 삼성그룹을 공격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 그리고 D.E.쇼(D.E. Shaw& Co.)등 행동주의펀드에서 경력을 쌓은 퀀틴 코피는 2021년 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퀀틴 코피는 당시 조 카이니 전 대표의 회사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과 사운드 유나이티드 인수를 지적해왔고, 이사회에 진입하자마자 사운드유나이티드의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실제로 회사는 2025 회계연도부터 사운드유나이티드를 매각 대상 자산으로 분류했다.

      현재 마시모 이사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퀀틴 코피는 매각 발표 직후 "이사회 첫날부터 사운드유나이티드를 운영할 적합한 후보를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Finding the right home for this business has been a stated priority of the new Board from day one)"고 밝히며 향후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할 것을 시사했다.

      이번 거래는 센터뷰파트너스(Centerview Partners LLC)와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 Co. LLC)가 재무자문을 담당했고, 설리반앤크롬웰(Sullivan & Cromwell LLP)이 법률자문을 담당했다.

      당초 애플(Apple)이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결국 삼성전자의 하만이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행동주의펀드가 회사를 장악하며 본업에 집중하기 위한 마시모의 중장기 전략과, 오디오 사업이 본업인 하만의 확장 필요성이 결합된 결과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하만협력팀으로 개편했다. 기존 전장사업팀장을 맡던 윤준오 부사장이 팀장직을 유지하며 해당 조직을 이끌고 있다.

      하만은 최근 수년 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만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약 6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조직개편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하만 사업부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이번 사운드 유나이티드 인수와 별개로 하만은 유럽 전장 기업 인수를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독일 전장 기업 헬라(HELLA)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삼성전자 재무 라인의 반대로 중단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초대형 M&A보단 이와 같은 5000억~6000억원 규모의 미들급 거래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직접 인수대상을 물색해 하만을 활용하는 방식일지, 글로벌 공급망이 갖춰진 하만이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삼성그룹에 인수를 제안하는 형식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A 역사를 살펴보면 사실상 하만 인수가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며 "앞으로도 반도체를 비롯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보단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미들급 사이즈의 거래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사운드유나이티드는 2023년엔  7억7260만달러(약 1조1000억원), 지난해엔 6억9900만달러(약 9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약 10% 감소한 수치이다. 단기적 실적 하락과는 별개로, 하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오디오 시장에서 대표적인 브랜드를 확보하고 라인업을 확대했다는 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장의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음성인식과 이를 출력하는 오디오 시장의 동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저가부터 하이엔드급까지 섭렵해 사운드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단 목표로도 볼 수 있다.삼성전자 측이 밝힌대로 가전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만하지만 직접적인 수익과 직결될 수 있을진 지켜봐야한단 지적이다.

      이번 사운드유나이티드의 인수를 통한 전장부문과의 연계, 이를 통한 전장 사업의 확장성은 미지수란 평가도 나온다. 이미 수많은 오디오 브랜드들과 협력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굳이 하이엔드급 오디오를 접목할 유인이 크지 않을 뿐더러 소비자들의 수요 역시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