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익숙해진 롯데그룹, 석화 부진에 올해도 반등 기대 어려워"
입력 2025.05.08 17:02
    [한신평 그룹 크레딧이슈 세미나]
    국내 석화 산업 2022년 이전 수준 회복 난망
    롯데케미칼, 재무부담 단시일 내 완화 어려워
    그룹 차원 부동산 자산 재평가는 표면적 효과
    핵심 계열사 사업구조 효율화 속도와 수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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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의 핵심인 석유화학부문이 올해도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그룹 차원의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8일 '2025 KIS 그룹분석 웹캐스트'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극심한 공급과잉 기조가 이어지며 향후에도 뚜렷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작년에도 롯데그룹의 영업이익 창출력은 하락세를 보였다. 화학부문의 적자 규모가 늘어난 점이 주된 부진 요인이다. 롯데케미칼의 작년 영업손실은 8491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 증설에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 등 제품의 이익 창출력이 부진했으며, 해상운임 상승, 설비 보수에 따른 가동 중단에 적자 폭이 커졌다. 신사업인 동박부문도 전기차 시장 둔화로 영업 수익이 악화했다.

      중국은 2025년 이후에도 석화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시황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석화 사업은 2022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이미 롯데케미칼의 주요 재무지표는 신용등급 하향가능성 증가 기준을 충족했다.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액 비율은 3년 연속 5배를 하회하며, 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 3년 연속 4배를 상회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대규모 설비투자가 일단락하더라도 재무부담을 단시일 내 큰 폭으로 완화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현금창출력이 떨어졌으며 이자부담이 높아져 차입부담을 크게 경감하기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은 하향 압력 또는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사업 다각화가 이뤄진 다운스트림 업체와 달리) 사업 다각화 여력이 제한적인 업스트림 업체는 자산 및 사업부 매각, 계열 및 지주사 지원을 통한 재무안정성 방어 여부가 주요 신용등급 모니터링 여부다. (이마저도) 성과가 빠르게 도출되지 않으면 약화된 이익창출력 저하가 심화할 것"이라 전했다.

      롯데지주 신용등급도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향방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롯데지주 신용도에는 ▲롯데그룹 핵심계열사의 가중평균신용도 등을 토대로 산출되는 통합기준 신용도 ▲지주사 채무의 구조적 후순위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앞서 작년 6월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롯데지주 장기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롯데그룹은 재무 여건을 개선하고 신용등급을 보강하기 위해 작년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자산을 재평가했다. 보유 부동산의 실질가치를 장부상 반영하며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 부동산 자산 대비 총차입금은 2023년 1배에서 2024년 0.7배로 개선됐다. 오프라인 유통업과 호텔업을 주력하는 그룹 특성상 영업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크며, 우수 입지에 장기 보유한 부동산이 많은 편이다.

      특히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롯데쇼핑은 증가한 자산과 자본은 연결기준 각각 9조5000억원과 7조2000억원이다. 대규모 당기순손실에도 불구, 자산 재평가 결과 반영 후의 연결 부채비율은 129%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80% 이하로 떨어졌다.

      호텔롯데 또한 자산은 8조3000억원, 자본은 6조1000억원 증가했다. 연결 부채비율은 2023년 166.7%에서 2024년 120%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다만 자산 재평가에 따른 재무부담 개선은 표면적이라는 분석이다. 자산 재평가를 통한 자본확충은 현금유입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재무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저성과 사업을 정리하고 비효율 점포를 매각하는 등 의미있는 수준에서의 사업구조 효율화가 필요하며, 그 속도감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수익성 강화 등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산매각에 여느 때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그간 사업 개편에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그룹의 기존 전략과는 대조적"이라며 "다만 그룹 사업 개편 행보가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 일각의 의구심이 있으며, 전방 수요 부진과 불안정한 금리 요건 등이 사업 효율화 성과에 불확실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구체적인 성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