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이슈 선점하려 눈치싸움 하는 정치권...한화·HD현대 '불똥튈까' 걱정
입력 2025.05.09 07:00
    방산 잘 나가자 정치권서 정책 발표 및 발언 지속
    방위산업 밀어주는 건 분명한 긍정적 신호지만
    KDDX 사업 정치권 개입에 '방산게이트' 비화 우려
    '대장주' 한화에어로, 상법 개정 엮인 것도 부정적이란 평가
    소모적 논쟁 아닌 방위산업 성장 방안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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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방위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하며 정치권에서도 방산 이슈를 둘러싸고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방산업에 대한 지원책부터 개선안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두고 방산업계 내에서는 정치가 큰 변수가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정치권의 관심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조속한 사업자 선정이 필요했던 KDDX 사업은 최근 들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방산게이트, 방산 비리 사건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DDX 사업자 선정 시점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는 지난 4월 24일 "국방부가 4월 내로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정권이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박기를 감행하는 저의를 알기는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어 "곳곳에서 들려오는 제보에 따르면 방산과 권력의 커넥션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부 의원은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방산 비리이자 권력과 방위산업 간 유착 의혹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청구는 물론 필요한 모든 법적·행정적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지역 기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지역 민심을 의식해서라도 정치권에서 해당 이슈를 끌고 갈 수밖에 없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KDDX 사업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이 자리한 울산과 한화오션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 지역 국회의원들이 강하게 맞서기도 했다.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고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상법개정과 엮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사 방산업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대장주인데 유상증자 이후 상법개정이랑 엮인 것 같아 정치가 큰 변수가 된 것 같다"며 "다만 한국 방산업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한화에너지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하나의 기업에 대해 유상증자 문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건 굉장히 드문 케이스로 해당 사안을 굉장히 예민하게 보고 있단 의미로 해석했다.

      한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상법 개정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며 먼저 공세에 나서다 보니 대응이 쉽지 않다"며 "한화에어로가 방산 대장주이자 산업 핵심 기업인데 이렇게까지 쟁점화 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무작정 함께 비판하기에도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정치권에서의 관심이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7일 'K-방산' 육성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방위산업 4대 강국 도약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대통령 주재 방산 수출 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방산 병역특례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어 K-방산을 포함한 7개 분야에 투입할 국가 주도 펀드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수출 5대 강국 도약' 공약을 발표하며 조선, LNG, 방산, 반도체, 원전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투자협정 패키지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후보는 아직까지 방산 관련 구체적 공약을 발표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국무총리 자리를 내려오며 방산 시장 확대를 '가슴 벅찬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방산업계 연구원은 "방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 정책은 필요한 정책이고, 이런 정책들이 나온다는 건 정치권이 방위산업을 밀어주겠단 의미로 해석돼 나쁘지 않은 신호"라고 내다봤다. 통상 방산업은 정부 간 계약(G2G)의 성격이 강해 정부 정책 방향과 재정 지원은 수출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컨트롤타워 신설을 통해 방산업체 간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KDDX 사업은 컨트롤타워 부재 속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제는 방사청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기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 들어서만 방사청 주도로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지만 사업자 선정 등 핵심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방산업 전문가는 "방산 수출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게 컨트롤타워인데,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면 이를 설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KDDX 사업은 이제 단일 부처의 힘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 됐다. 이럴 때 정치권의 힘을 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압박과 관심이 더해지면 여론에 민감한 방사청도, 방산업계도 더욱이 협조에 나설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경쟁입찰이 기본인 방산업의 경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외에도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갈등도 지속되는 등 업체들 간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업게 안팎에선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란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의 수주 잔고가 올해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 지원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소모적 논쟁이 아닌 방위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단 분석이 나온다.